교육과정의 획일성 탈피/초·중·고 교육과정 개정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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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선택과목 종류·시간 대폭 확대/환경·러시아어·컴퓨터등 신설
교육과정 연구위원회가 마련한 제6차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시안은 교과목 결정에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생의 적성·능력에 따른 다양한 교과편제를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시안은 특히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크게 손질해 ▲이수과정을 분야별로 세분하고 ▲선택과목을 대폭 늘리며 ▲학습부담을 덜기 위해 학기당 이수과목 수를 줄이는 한편,같은 과목도 난이도에 따라 복수과목을 설치토록 한 것 등이 특징이다.
이는 그동안 고교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입시위주의 획일적 주입식 교육이 드러낸 교육문제를 교과과정 운영에서부터 개선해보겠다는 시도로 보여 6차교육과정 개정이 단순한 교과개편이 아닌 교육개혁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위원회 한명희 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시안마련에 ▲학생의 필요와 적성 능력에 따르는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융통성 부여 ▲고도의 국제화·정보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배양 ▲교과구조의 시대적 타당성 강화 ▲학습자의 부담요인 경감 등 4개원칙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개정시안을 특징별로 정리해 본다.
◇교과결정의 분권화=교과과정에 대한 정부독점은 교사집단의 무기력증과 피동성,나아가서는 비전문성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그 대책으로 교육과정 결정을 분권화시켜 교육부는 총 교육과정 편제중 공통필수교과목의 종류와 과목별 단위수만 결정한다. 총 이수단위중 나머지 80%는 지방교육청이,20%는 단위학교가 결정한다.
이에 따라 교과목 결정은 교육부가 32%,지방교육청이 54%,단위학교가 14%씩 하게 된다.
시안에 제시된 교육부지정 9개 공통필수과목은 일반국어·일반영어·일반수학·현대사회와 시민·윤리·현대과학과 인간·체육·음악·미술 등이다.
◇선택권 확대=일반계 고교의 이수과정을 현재의 3개에서 8개로 늘리고 선택과목을 29개에서 80여개로 확대,진로·적성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힌다.
선택과목은 학생의 선택이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가 선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적성과 지역특성 등을 고려하게 돼 현재와 같이 국가가 모든 과목을 지정해주는 것과는 교육효과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사회적 요구에 따른 개편=고교과정의 경우 선택과목에 「환경과학」「환경교육」이 새로 설치되고,제2외국어 수업시간수를 늘리며 러시아어를 신설하는 등 외국어교육을 강화한다.
또 교련과 실업을 선택과목으로 바꾸어 지방과 학교에 따라 선택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한 반면 음악과 미술을 공동필수로 했다.
국민학교의 경우 연산중심의 「산수」를 과학적 개념의 「수학」으로,자연을 「과학」으로 명칭을 바꿨다.
◇전인교육의 강화=고등학교 과정에서 철학·논리학·심리학·교육학·환경교육·경제교육·종교 등에서 택하도록 한 교양선택의 수업시간을 두배로 늘렸다.
초·중·고교 모두 주당 2시간씩 특별활동시간을 클럽활동에 할당했다.
국민학교 저학년에 「생활예절」과목을 신설하여 기본생활·습관·예절·규칙·질서교육을 강화했다.
◇개정안 시행의 과제=이 시안은 공청회를 통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보완·수정되며 교육부가 내년 6월까지 전문가 76명으로 구성된 교과과정심의위원회의 심의등을 거쳐 제6차 교육과정 개정안으로 최종 결정한다.
교육과정 개정시안이 문교부의 개정안으로 최종 확정실시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우선 막대한 재정확보문제다.
선택과목의 대폭 확대와 환경 등 새교과의 신설,국교교과 전담제 실시에 따라 교사들의 추가수요가 발생하게 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양성과 재교육에 대한 별도의 계획이 수립되고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더 많은 교실과 컴퓨터등 교육시설의 확충이 불가피하지만 얼마만큼 예산상의 지원이 있을지 미지수다.
만약 국가의 재정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못할 때 교육과정 개정안은 한낱 계획에 그칠 뿐이라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실시이후에는 일선 학교의 의지가 강한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재량권을 가진 학교측이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선택과목의 확대를 취지에 맞게 실현하지 못할 경우 학생들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교육의 추구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 서울대 이종재 교수는 『새 교육과정과 대학입시간의 관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가 지정하는 공통필수과목에 대해 이수여부를 확인하는 국가기준의 검사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대입수학능력고사나 고교내신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또 『선택교과의 경우는 고교내신에서 제외하고 오직 무슨 교과를 택했었는지를 대입의 참고자료로 삼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새교과과정이 실시되는 95학년도 이후 대입제도에의 영향이 주목된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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