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밤 밝히는 빛의 다리 색의 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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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밤의 도시 이미지를 결정하는 야간조명은 갈수록 중요한 경관 요소가 돼 가고 있습니다. 조명은 일차적으로 어두운 곳을 밝히는 수단입니다. 동시에 빛과 색의 변화, 조명 기법에 따라 건물.거리.나무.교량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도 합니다. 야간경관조명은 비추는 대상물의 형태적 특징을 돋보이게 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눈부심이 없도록 설치돼야 합니다.

한강다리 중 유일한 보행자 전용 다리인 선유교(上)는 정수장을 재활용한 생태공원인 선유도와 한강공원을 잇는 아치형 다리입니다.

밤이면 조명이 컬러 스펙트럼의 무지갯빛을 연출합니다. 다리 모양도 무지개와 비슷해 선유교는 '무지개다리'로도 불립니다. 비교적 강한 색을 사용한 편이지만 광원을 감추고 아래에서 다리의 아랫면을 비춥니다. 어둠에 묻힌 강변도로를 따라 연립한 가로등과 아파트 단지의 흰 불빛 속에서 선유교의 경관 조명은 시민들에게 자연의 소생과 희망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명항중앙교(下)는 일본의 이세이만에 있는 사장교(斜張橋)로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교량입니다. 백색 투광조명이 흰 주탑과 구조물을 비추어 푸른 바다에 우뚝 선 교각의 웅장함을 강조합니다. 이 다리는 매시간 정시가 되면 10분간 색이 있는 조명으로 바뀌어 색다른 모습을 연출합니다. 또 봄에는 연둣빛 초록색, 여름에는 바다와 하늘의 파란색, 가을에는 낙엽의 노란색, 겨울에는 불의 빨간색 광원이 주탑을 비춥니다. 겨울에 쏘는 붉은 조명은 주변과 조화를 깨거나 선박들 간의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도록 빛의 양을 줄이고 색을 부드럽게 조절합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빛은 고정된 다리 이미지를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로 기억하게 합니다.

다리는 도시 이미지와 장소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다리를 비추는 야간경관조명은 다리의 구조미와 조형미를 더욱 살릴 수 있어야 하고, 주변 경관에 조화롭게 통합돼 시민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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