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눈먼 할아버지가 보여 줬어요, 딴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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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할아버지의 눈으로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글

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40쪽, 8800원

초등 저학년

시각장애인인 할아버지와 소년의 소통을 통해 장애는 '나와 조금 다를 뿐'이며 오히려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그림동화다.

보통 사람은 아침에 눈이 부셔 잠이 깨지만 존의 할아버지는 햇살이 따뜻하게 어루만져줘야 일어난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낀다. 할머니가 아래층에 있는 것은 냄비가 달그락거리고 수도물이 쏴아 하는 소리를 듣고, 달걀프라이와 버터 바른 토스트가 아침식사 메뉴인 줄은 냄새를 맡아 알아챈다. 식탁에 앉은 할아버지는 달걀이 아홉 시, 토스트는 두 시 정각에 있다는 귀띔을 듣고 식사를 하는 식이다. 할아버지에게 코와 귀, 손끝이 세상을 만나는 눈이다.

존은 이런 할아버지를 많이 따른다. 할아버지 침실에서 함께 체조를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눈으로 아침을 먹기도 한다. 냄새만으로 금잔화를 구분해내는 할아버지 모습에 감탄도 하면서.

그런 존에게 할아버지는 세상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잠자코 귀 기울여 할아버지의 첼로 연주를 들으며 새로운 곡을 배울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덕분이다. 눈 감은 채 점토조각상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면 누구 얼굴인지 알 수 있는 것도 "손가락을 물이라 생각하렴"하고 일러준 할아버지 덕분이다.

밤이 깊어 침실에 든 존에게 할머니는 "자거라, 존"하고 엄한 목소리를 내지만 존은 거기서 웃음을 본다.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는 덕이다.

우리가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가는 또다른 세상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들려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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