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노모와 같이 사는게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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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맞벌이 가족의 경우 노모와의 동거가 바람직하며, 특히 주부입장에서는 친정어머니와의 동거가 가장 바람직한 가족형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특별시 한국가족학연구회 공동주최로 27일 오전10시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가정복지세미나를 통해 발표될 내용.
「현대사회와 가족문제」를 주제로한 이 세미나는 최근 산업인력난 해소의 주요대책으로 여성, 특히 「주부인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발맞춰 맞벌이 가정의 가족문제를 중점으로 살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부인이 중소기업이상 업체의 중·하위 직종에 근무하고 학동기 자녀를 둔 서울시내 맞벌이하는 2백65가족의 설문조사를 토대로한 이번 세미나에서 4명의 발표자들은 맞벌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인의 직장일·가사로 인한 이중고에도 불구,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가부장적 전통의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대상자들의 평균 결혼연령은 12.6년으로 남편은 자영업 (상업)·전문기술직·기능직·노동생산직에 주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은 전문기술직·사무직·노동생산직·자영업(상업)등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남편의 월 평균소득은 1백13만8천원, 부인은 79만7천원으로 56.2%가 자기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족의 부부관계」를 살펴본 최규련교수(수원대)는 『부인뿐 아니라 남편들도 부인이 직업과 가정일을 양립하는데 따른 역할갈등을 느낀다. 이들은 부인의 너무 많은 역할수행과 남편의 전통적 성역할로 인한 가사참여기피 때문에 부부간의 불공평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 대화시간은 평균 90분∼1백분으로 내용은 자녀에 관한 것이 대부분. 응답자의 약40%가 부부간의 대화부족을 느끼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의 부부가 공동의 여가생활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성생활에 있어서는 과반수 이상의 부부가 부인의 직장생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고 했으나 응답자의 약30%는 문제를 느끼고 있으며 약10%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인이 남편보다 결혼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 하위직 집단 부부들이 중위직 집단 부부들에 비해 결혼만족도가 낮아 맞벌이 가족의 부부관계는 주로 부인의 직업지위에 의해 설명될수 있다고 최교수는 분석했다.
「맞벌이 가족의 부모자녀관계」를 살펴본 서동인강사(성심여대)는 『조사대상의 30%정도만이 부모와 낮은 친밀감을 보였을뿐 대부분의 모자가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상의 58.6%인 1백53명이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중위직보다 하위직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취업한 엄마의 60%이상이 자녀에 대해 불안감·죄잭감을 느끼고 있으나 실제생활에서는 조사대상의 70%이상이 자녀를 관리·감독하고 있고 62%가 자녀성격이 원만해 만족하는 것으로 밝혀겼다.
「맞벌이 가족의 성인자녀·노모관계」를 살펴본 조병은(교원대)·신화용(덕성여대)교수는 28.2%가 시댁식구와, 7.2%가 친정부모와 동거하고 있다고 밝히고 『노모가 살림을 도와주는등 맞벌이 가족에서는 노모의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돼 상호 의존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노모와 동거하는 경우 분거시보다 비용뿐만 아니라 보상도 높고 관계의 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친정어머니와 동거하는 경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김양희교수(중앙대)는 ▲청소년을 위한 사회교육프로그램 활성화및 청소년부모를 위한 부모교육·교재개발▲학교급식 확대실시·의무화▲결혼가족생활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가족상담자 양성▲성차별적 교육내용일소등의 대안을 「맞벌이 가족을 위한 가족정책」으로 제안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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