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절이 신라시대 원원사 맞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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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이 바로 그 원원사예요?"

얼마전 경북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 원원사지(遠願寺址.사적 제46호)를 찾았던 이모(43.포항시 죽도동)씨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라시대때 김유신 장군 등이 건립한 원원사지 앞에 절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위치로 봐서는 옛 절 같기도 한데 새로 지은 것 같다"며 "원원사를 복원한 것이냐"고 물었다.

사적지 바로 앞에 새로 들어선 사찰이 옛 절의 명칭과 같아서 생기는 혼란이다.

원원사지는 경주시 외동읍 경주~울산간 7번 국도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3㎞쯤 올라가면 나타난다.

입구에는 '遠願寺'란 절 이름이 나무판에 새겨져 있다. 신라시대 사찰 원원사와 한자도 똑같다.

하지만 1980년대 초에 세워진 개인 사찰이다.

이 절의 법당 옆 계단을 오르면 원원사터가 있다. 동.서로 늘어선 3층 석탑 두 기가 원원사가 있었던 곳임을 말해줄 뿐이다. 석탑 중간에는 묘가 들어서 있다.

마을 주민들도 사적에 들어선 분묘와 절 이름이 불만이다. 문화재로 지정했으면 묘를 이장토록 하고, 사찰의 이름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의 자랑거리인 '원원사'란 이름을 개인 사찰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경북도와 경주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비슷한 문제들이 다른 곳에도 있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의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법령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원사='삼국유사'에 따르면 안혜.광덕 등 4명의 고승과 김유신.김의원.김술종 등이 세운 신라시대 호국사찰. 현재는 돌계단과 절터 등이 남아 있다. 깨지고 흩어져 있던 석탑 두 기는 1933년 복원됐다. 63년 1월 사적 제46호로 지정됐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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