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1Ds MarkⅡ 100mm f8 1/60 ISO 200
굽고 휘며 뻗어간 그 모양새가 마치 고고한 사슴의 뿔 같습니다. 때깔 고운 햇살이 나무 사이를 비집고 퍼져 들면 숲은 마치 보석처럼 아롱거립니다. 건듯 바람이 스치면 여기서 반짝, 저기서 번쩍 현란하여 어지럼증이 납니다. 기온이 제법 오른 한낮이면 얼음꽃들은 다시 얼음 비가 돼 후드득 쏟아집니다. 그러다 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들은 새로운 얼음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사람의 눈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나무는 처절한 고통일 겁니다. 나무의 앳된 겨울눈도 화석처럼 얼음에 갇혔습니다. 그 낱알만 하고 앙증맞은 겨울눈이 싹과 꽃을 품은 채 얼음 속에서 생명을 키우는 모습은 처연합니다. 무엇이건 새 생명을 잉태하자면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겨울눈만 한 게 있을까요. 머지않아 앞 다투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겨울눈은 차디찬 얼음 속에서도 묵묵히 인내하며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 쌓인 숲에서 투명한 얼음을 촬영하면 그 질감이 제대로 살지 않습니다. 하얀 배경이 얼음에 투과돼 희멀겋게 보입니다. 어두운 색감의 모자나 외투를 바닥에 놓고 배경이 되게 해보세요. 마술처럼 질감이 살아납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