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연방제 수정용의/박준영 뉴욕특파원 단독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강 외교부부장/국방·외교기능 제외 가능/“남한 핵철수 약속만하면 핵 안전협정 서명하겠다”/유엔총회서 합석제의도
북한이 「하나의 조선」이란 통일구상으로 내놓고 있는 「고려연방제」에 대해 수정의사를 표명했다.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은 18일(한국시간 19일) 본사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한반도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면 외교·국방정책을 관장토록 하는 연방정부의 기능을 약화시켜 민족공동 문제만을 조정하도록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관계기사 3면>
강부부장은 유엔가입 다음날인 이날 유엔본부 델리게이트라운지에서 가진 2시간에 걸친 중앙일보와의 회견에서 통일문제에 관해 광범하게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위협을 하지 않을 것과 미국이 남한에서 핵무기를 철수할 것을 약속하면 핵안전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강부부장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남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방제식의 연방정부가 민족공동문제만을 조정토록 하는 기능약화를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부부장은 북한의 제안은 연방정부가 국방·외교·사법·무역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으나 연방정부가 이런 모든 권한을 갖지 않고 형식적으로 기능하며 민족공동문제만 조정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부부장은 이같은 연방정부라도 일단 출범하면 통일을 앞당길 것이고 그 기능은 점차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부부장은 그대신 남한에선 북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버리고 민족문제를 민족단합의 차원에서 다루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 따라 「하나의 조선」 원칙을 고수,한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남북한이 별개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으나 이번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으로 인해 「하나의 조선」원칙과 고려연방제에 관한 딜레마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 점과 관련,강부부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그는 또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나 민족적 원칙과 자주적 입장을 포기하면서까지 관계개선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