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희망 커져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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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평화의 날」이 처음 제정될 때보다 인류는 좀더 평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된 것이 사실입니다. 강대국들의 군비감축이나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등….』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평화의 날」 10주년.
해마다 유엔이 열리는 9월 셋째주 화요일로 지정된 이날에는 전세계에서 체제나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평화를 이루자는 취지의 각종 행사들이 거행되며 유엔에서도 앞마당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나서야 총회개막에 들어갈 정도.
그러나 전인류의 갈망이 압축된 이 평화의 날이 경희대 조영식총장(72)의 제안에 의해 처음 제정됐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않다. 조총장은 81년 남미코스타리카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의(IAUP)에서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념·종족·종교·제도를 초월해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멸망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정하고 서로 적대하는 나라와 나라끼리 상대방에게 평화의 구현을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총장의 주장은 전세계 대학총장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았고 조총장은 대회가 끝난뒤 유엔으로 가 IAUP에서 결의된 사항을 전달했다. 『안타깝지만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어서 의안상정권이 없으니 유엔가입국가를 통해 의안상정을해올 경우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더군요. 강대국과 약소국, 서방과 동구권사이의 마찰이 심하니 제3세계국가가 유리하다는 충고를 들었고 세계총장회의에 직접 참석해줬던 코스타리카 카라소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카라소대통령은 유엔에 의안을 상정해달라는 조총장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81년 11월30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세계1백67개국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매년 9월 셋째 화요일을 「평화의 날」, 86년을 「평화의 해」로 선포했다.
『평화의 해로 정해진 86년 1월1일에는 미국 레이건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첫 방송시간에 서로 상대방 국민들에게 평화를 향해 나가자는 역사적 선언을 했습니다. 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한 것이 결실을 거둔셈이죠. 그뒤 세계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우리도 남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하게 됐으니 기쁘기만 합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점점 지구촌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슴니다. 동서의 슈퍼파워들이 지배하던 시대는 가고 유엔의 권한이 점점 커지는 시대가 올겁니다.』
유엔을 통한 세계평화(PAX UN)를 주장하는 조총장은 자신을 유엔주의자라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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