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 정부지원은 50년대식 일자리 만들어야 빈곤층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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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이 단순한 복지 수혜자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회의 미래와 사회투자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영국 켄트대의 피터 테일러 구비(사진) 교수는 20일 성장에 이바지하는 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사회정책 학계의 권위자로,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장관 회의에 유럽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구비 교수는 "갈수록 이해 집단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어 직접적인 정부 지원 위주였던 1950년대식 복지국가 모델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노인 인구 및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 다양한 서비스업의 출현 등으로 전통적인 복지 수요와 다른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사회적 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늘려나가느냐는 것이 앞으로 복지 정책의 과제이자 사회투자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구비 교수는 또 "사회 투자 전략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노동 인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져야만 이를 보다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극빈층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차상위 계층이 노동 시장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인적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구비 교수는 한국에서도 복지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변화의 동력은 일하는 여성의 요구에서 찾았다. 구비 교수는 "한국은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여성 노동 인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보육이나 가사 등 가족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지원을 하면 개인이 바로 소비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투자정책 심포지엄은 21일 오후 1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며 한국사회복지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중앙일보가 후원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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