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재 채취한다” 마구잡이 산림훼손/덕유산·지리산이 앓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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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환경평가 무시 허가 남발/민둥산 변모 산사태 우려/경남 시·군서만 1백93건 허가/폭약 진동·소음 인근마을 “몸살”
【거창=이용우·허상천기자】 행정당국의 허가남발,법적허점을 악용한 석재채취업자들의 무분별한 석재채취로 국립공원 덕유산·지리산주변의 산림·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자연경관이 수려한 덕유산주변의 경우 서울·부산·경남 거창등에서 19개 업체가 석재를 채취한다며 산림을 훼손시켜 소나무숲이 울창하던 산림이 벌거벗은 민둥산으로 변하고 있으며 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흙더미가 무너져내려 주변 산림·계곡을 뒤덮는등 자연환경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허가남발=경남도내 각 시·군이 그동안 허가한 석재채취는 모두 1백93건에 허가면적은 1백26만1천5백평으로 채취량이 자그마치 5천1백91만6천입방m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 한햇동안만도 해상국립공원 한려수도주변,지리산·덕유산국립공원 주변등 79건 47만9천5백평의 산림에서 1천4백27만입방m의 석재·골재·토사를 채취하도록 허가하는등 환경 영향평가도 무시한채 허가를 남발했다.
특히 덕유산·지리산 주변인 경남 거창·함양·산청군일대 30여개 산림지역에서 현재 23만6천여평의 산기슭이 허리가 잘리는등 파괴되고 있다.
◇마구잡이 채취=거창군의 경우 위천면 모동리·주상면 내오리·태양면 산포리등 20개소에서 모동기업(대표 강종희·경남도의회의원)등 19개업체가 89년부터 93년까지 석재채취허가를 받아 20여만평의 산림을 무차별하게 깎아내고 3백13만입방m의 석재를 채취했다.
특히 모동기업의 경우 72년 4월부터 위천면 무월동앞 해발 1백50여m 덕유산 줄기등 여덟군데의 산림 2만2천5백평을 산봉우리까지 깎아 41만1천입방m의 석재를 캤다.
업자들은 군에서 채취허가를 받을때 2천만원에서 1억원이상 복구비를 예치하고 있으나 당국의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허가구역의 산림전체를 마구 깎아버린채 석재를 캐 복구는커녕 헐벗은 산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피해=석재채취 현장에서 불과 1백50m 떨어진 거창군 위천면 모동리·주상면 내오리의 경우 매일 오전 8시∼오후 7시까지 5∼6차례씩 예고없는 다이너마이트 발파로 인근 6개마을 주민 2천여명이 불안에 떨고 있으며 채석작업에 따른 진동·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폐석·토사가 인근 산림·계곡을 뒤덮어 곳곳의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모동리등 4개마을 주민들은 『마을앞 모동천이 석재 채취장에서 흘러든 화강석·석회질의 황토물로 오염돼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하는등 농업용수 고갈현상으로 농경지 40여만평의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김계현 거창군수는 『그동안 주택건설자재등 자원개발측면에서 허가해주었으나 올해부터 자연환경보전을 위해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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