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메지에르부총재 모든 당직 사퇴/독 기민당 동서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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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독출신 숙청 이미 시작” 시각도
로타르 드 메지에르 구 동독총리가 6일 그간 맡고 있던 집권기민당의 부총재직과 브란덴부르크주 지구당위원장직 등 모든 당직을 사퇴,독일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의 업무는 물론 나 자신과 가족을 괴롭혀온 중상모략과 지구당내에서의 지지결여 때문에 당직을 사임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정치보다는 본래의 직업인 변호사일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민당 총재인 콜총리는 『구 동독을 통일로 이끈 그의 역사적 업적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그의 당직사퇴에 대해 일언반구 유감표명이 없었다.
이번 일을 놓고 일부에서는 콜총리등 구 서독출신 고위당직자들의 구 동독출신 당직자에 대한 「숙청」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분석도 많다.
지난해 12월 총선이후 계속된 주의회선거에서 사민당에 연패당한 수모를 겪어 그렇지 않아도 술렁거리고 있던 기민당 내부의 새로운 동서갈등은 지난 8월말 폴커 뤼에 사무총장이 구 동독지구당의 무능을 비난하고 나오면서 표면화됐다.
이에 맞서 드 메지에르 부총재는 『구동독 기민당재산 2천6백만마르크를 동서 기민당 통합후 당지도부가 착복,동쪽의 당세를 회복할 자금이 없다』고 주장,콜총리에게 정면 도전했다. 이때 이미 콜총리 주변에서는 드 메지에르의 「추방」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콜총리등 기민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구동독 기민당내의 노소간 갈등」으로 애써 축소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 1주년을 1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구 동독총리였던 드 메지에르가 어쩔 수 없이 정치무대를 떠나게 된 것은 그가 아무리 무능했다고 해도 너무 푸대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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