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잘」는 미신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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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주가 운명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교육과의 관계」. 조금 긴듯한 제목의 이 논문이 요즘 학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주팔자」라면 시대착오적인 미신쯤으로 치부해버리는 세태에서, 특히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 자체를 「비학문전」으로 여기고 있는 학계풍토에서 석사학위논문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세종대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한 신상춘씨(35)가 사주를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분석, 석사학위를 받음으로써 「미신」이 학문으로 승격한 셈이 됐다.
신씨는 이 논문에서 사람이 타고난 생년·월·일·시인 사주를 음양오행설에 맞춰 인성·건강상태·직업등을 예측함으로써 성격교정,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선택 조언등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주팔자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은 신씨가 처음일뿐더러 사주학의 과학성을 입증하기 위해 검증절차까지 거쳤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있다.
신씨는 검증을 위해 5백여명의 환자 및 일반인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현재의 건강상태와 성격이 그 사람의 사주와 맞는지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그결과 70∼80%의 적중률을 보였다.
신씨는 『수천년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관련을 맺어온 사주가 근대화이후 신문화에 밀려 천시 받음으로써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안타까웠다』면서 『서양학문에 비해 결코 과학적인 측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주역을 연구, 정당한 학문으로서 인정받게 하고 싶었다』고 사주연구의 동기를 밝혔다.
중학시절 최면술에 관한 책을 우연히 읽었다가 주역의 심오함에 빠져버린 신씨는 고등학교진학을 포기하고 전국의 유명산을 돌아다니며 「도」를 닦았다.
군제대후 독학으로 대입검정고시를 통해 충남대 심리학과에 진학했으나 학과공부보다 주역을 더 파고들었다. 동료학생들로부터 비웃음을 받기도 했다.
신씨가 대학원에서 사주를 주제로 논문을 쓰겠다고 하자 지도교수조차 『교육학석사논문으로는 부적합하니 동양철학과 같은데서 학위를 받으라』고 했을 정도였다.
신씨는 논문이 통과되기까지 제목을 10번이나 바꾸는등 곤욕을 치렀다고 털어놓았다.
신씨는 『그동안 일부 주역을 배운 사람들이 좋지않게 이용했기 때문에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사주학을 계속 연구, 박사학위를 받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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