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봉 돌출행동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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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 의혹을 제기한 정인봉 전 의원이 15일 한나라당 국민승리위원회에 제출할 이른바 ‘이명박 문건’보따리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으로부터 '맹탕 검증'이란 비난을 받은 정인봉 전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좋지 않은 인연을 쌓아왔다.

이 전 시장은 15일 기자들에게 "특별한 악연은 없다"고 했지만, 당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1996년 이 전 시장으로부터 종로 지역구를 물려받을 때 기존 조직이 자신을 잘 돕지 않아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감정의 앙금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커졌다.

그가 서울 송파갑 공천을 받았지만 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공천이 취소된 것이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TV 토론에서 이른바 '성 접대' '납세 누락'의 전력을 들어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천 취소가 억울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런 작은 일 때문에 (폭로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반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일관된 충성심을 보였다.

그는 평소 "1998년 국회의원 도청 의혹 사건인 '529호 사건'을 겪으며 박 전 대표에게 반했다"고 말했다.

"남성 국회의원들도 국가정보원의 국회 출장소인 529호실을 들어가기 꺼리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팩스를 증거로 챙겨야 한다'는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2005년 박 전 대표가 원외인사였던 자신을 당 인권위원장에 임명하면서 공식적인 '박근혜 맨'이 됐다.

지금껏 맡아온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직을 내던진 정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전 의원은 75년 사법시험(17회)에 합격해 서울 북부지원과 춘천 강릉지원에서 판사를 지냈다. 정치권 입문 뒤에는 "튀는 행동이 많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정 전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기자회견에서 "나는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 측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전 총재 아들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에 그를 빗대 '제2의 김대업' 또는 '정대업'이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난 독불장군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며 "오늘 공개한 것 외에 또 다른 자료를 하나 공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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