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애들 싸움→어른싸움, 우리가 그 꼴"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 측 법률특보 정인봉 변호사의 검증 논란이 ‘전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양측의 ‘돌출 행동’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15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집안싸움이 동네싸움 되고, 애들싸움이 어른싸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바로 그 꼴”이라며 “서로 얼굴을 할퀴는 수준으로 넘어가기 반걸음 직전에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지난 1월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의 이 전 시장을 겨냥한 ‘후보 간 검증’ 주장 이후 현재까지 양 측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 “대선 예비후보들은 자기 측 사람들을 단속해 이 문제(검증)에 대해 사적으로 언급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선 예비후보들의 검증 문제는 '2007 국민승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 등 당의 공식 기구를 통해 공정하게 처리토록 할 테니 맡겨 달라"는 게 강 대표의 일관된 주장.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당의 분열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가 과반 통계로 잡히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와서는 절대 안 된다. (후보들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일도 없어야 하고, 누구든 방송 등에 나가 (당내) 갈등을 더 이상 증폭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9.8%(전적으로 10.2%, 대체로 49.6%)가 '그렇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대체로 21.0%, 전혀 8.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아울러 강 대표는 이날 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정 변호사에 대해) 이미 '옐로카드'를 보내고 있지만 필요하면 '레드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 정 변호사에 대한 '출당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인봉 변호사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하면서 “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시장 검증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밝힌 뒤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그 결과 또한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직자들을 향해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특정 주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발언을 해 당의 검증 절차에 불신을 줘선 안 된다”고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한 ‘중립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오후 4시부터 윤리위원회(위원장 인명진)를 소집해 정 변호사 문제를 다룰 계획.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정 변호사의 출석이 예정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당초 윤리위 소명 후 이 전 시장 검증 자료를 공개하겠다던 정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정 변호사는 오후 3시쯤 박 전 대표 측 안병훈 캠프 본부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직을 그만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