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재일교포 첫 귀순/중국 근무중 동남아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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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년전 북송됐다 해외근무중 귀순한 재일교포 김수행씨(34)가 3일 오후 5시 대한항공편으로 입국했다.
73년 형 2명과 함께 북송됐던 김씨는 노동당 사회문화부에 소속돼 중국 해남성 소재 「일본 오양물산」에 파견근무하다 지난달 29일 동남아에 있는 우리 공관에 귀순을 요청했다.
김씨는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문화부 부부장으로부터 김일성 80회(4월15일),김정일 50회(2월16일) 생일잔치 소요자금 1백만달러를 조달하고 중국에 북한의 창광은행 분점을 설치하라는 지령을 받았으나 실적이 부진해 소환,처벌받을 것을 알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59년부터 시작된 재일교포 북송자는 지금까지 모두 9만9천3백명에 이르나 한국에 귀순하기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한편으론 가슴벅찬 감격을 느끼고 다른 한편으론 중국에 두고온 가족들의 안녕이 걱정돼 착잡하다』며 『북한은 북송교포들이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주의 바람을 불어넣어 사상을 오염시킬 것을 우려,지방으로 분산 이주시켰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또 『이에 따라 북송교포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감시를 받는 통제된 생활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모는 현재 일본 동경에 살고있으며 오양물산은 김씨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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