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 그늘 살펴라, 아파트 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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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상품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입주민이라는 고정적인 수요가 있어 투자에 대한 안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때문에 인기 지역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그동안 높은 낙찰가율을 보였고 올해에도 꾸준히 투자자의 관심을 끌 것 같다. 하지만 단지 내 상가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과열 양상을 보이며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 양극화 심한 상가 낙찰가격=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주공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가 예정가를 훨씬 넘긴 금액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분양된 성남 도촌지구 3단지는 평균 142%의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보였다. 1층 101호는 예정가의 1.9배인 평당 645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부천 여월지구 A-1단지 202호(8.3평)의 낙찰가는 2억7700만원으로 예정가(9812만원)의 2.8배였다. 지난해 10월 고양 일산지구 A-1단지 101호의 낙찰가율도 282%였다. 예정가는 2억2900만원인데 낙찰가는 6억4600만원이었다. 평당가격은 6229만원이었다.

민간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 가격은 평당 최고 1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송파구 잠실4단지 재건축아파트인 레이크팰리스 단지 내 상가의 1층 평당 분양가가 최고 1억3000만원이다. 지난해 11월 화성 동탄신도시 단지 내 상가의 예정가가 평당 평균 4300만원이었고 낙찰가는 최고 평당 86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단지 내 상가에도 그늘이 있다. 단지에 따라 평균 낙찰가율이 50%까지 차이 난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된 주공 단지 내 상가 중 고양 일산지구 B-1단지의 평균 낙찰가율이 154.4%로 가장 높았고 남양주 퇴계원 3블록이 108.6%로 가장 낮았다. 미분양이 오래가 골치를 앓는 단지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입주한 주공단지 내 상가 36개 점포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용인 죽전지구 일부 단지 내 상가는 분양한 지 2년이 지나도록, 화성 태안지구에선 3년째 재분양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연구원은 "인기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치열한 입찰 경쟁과 높은 낙찰가를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투자자들이 깐깐해지면서 입지 여건과 단지 여건 등에 따른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적정 수익률 내려면=올해도 적지 않은 단지 내 상가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공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 잠정적으로 정한 분양 예정 물량은 100여 개 점포다. 주공 단지 내 상가 분양계획은 이달 말 확정된다. 민간업체들도 준비 중이다.

업계는 단지 내 상가의 적정한 연간 수익률을 보통 8~10%로 본다. 수익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높은 낙찰가다. 실제로 이전에 높은 낙찰가에 분양받은 점포들의 수익률이 떨어진다. 2005년 분양된 부천 소사주공과 오정주공 단지 내 상가의 경우 낙찰가율이 101%인 점포는 연간 12.6%의 수익률을 내는 반면 예정가의 네 배에 낙찰받은 점포의 수익률은 3.6%에 불과하다.

<표 참조>

가격이 비싼 점포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분양가가 평당 1억원 선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단지 내 상가의 10% 정도가 비어 있다.

연간 8%의 수익률을 기대하려면 단지 규모는 600가구 이상, 낙찰가율 150% 미만, 가구당 점포면적(점포 연면적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면적) 0.3평 이하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11월 함께 분양된 부천 여월 A-1, A-2, B-2단지 중 다른 단지보다 100~200가구 많은 1000여 가구의 A-1단지에 입찰자들이 몰려 낙찰가율이 다른 단지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았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가구당 점포면적이 이전엔 0.4평 미만이었으면 됐지만 대형 할인점 등의 발달로 단지 내 상권이 다소 위축돼 점포면적 기준을 낮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상가뉴스레이다 정미현 연구원은 "단지 내 상가는 계약 후 전매가 가능해 완공 전에 전매되기도 하는데 전매되는 점포에는 그만큼 웃돈이 붙어 수익성이 더욱 떨어진다"고 전했다. 단지 내 상가의 업종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수요도 입주민들로 고정적이어서 상권이 정체되기 쉽다. 입주한 뒤 5년 정도 지나면 수익률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안장원.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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