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아직 줄일 상황 아닌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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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작년에 국방예산규모를 놓고 정부내에서 경제기획과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줄다리기를 벌이더니 금년엔 국방부가 요청한 92회계연도 국방예산규모에 한국개발구원과 전경련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방예산 논란이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국방부는 아직 북한이 대남혁명전략을 공식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존하는 북한간의 군사력 불균형을 시정하고 자주국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력증강을 계속해야 된다는 것이고 민간쪽에서는 평화와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국제정세에 비춰볼 때, 그리고 사화간접시설 확충, 농어촌구조조정등 시급한 국내투자수요를 당하기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민간쪽의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당면 최대과제인 「한국방위의 한국화」라는 내부적인 안보요구에 직·간접적으로 역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탈냉전화해추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남한의 군사적 불균형으로 군사정세가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이다.
사실 탈냉전이라지만 그것은 미소를 주축으로 한 이른바 양대진영의 대결구도의 붕괴를 말하는 것으로 오히려 세계각지에 힘의 공백상태를 초래해 국지분쟁의 소지를 확대해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문에 세계적 권위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걸프전 이후 가장 분쟁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한반도를 꼽고 있다.
지난 80년이래 계속된 국방예산의 상대적 감소가 앞으로 계속될 경우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해소와 전쟁억지력 확보가 불가능하고 현재의 군사력 유지조차 의문시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88년 정부재정 대비 방위비 비중은 32.8%였는데 89년 32.4%, 90년 30.4%, 91년27.6%로 해마다 낮아지고있다.
국민총생산(GNP)대비 방위비 비중을 외국과 견주어보더라도 우리가 낮은 것을 알수있다· 88년 우리가 GNP에 대한 방위비 비율이 5.2%였던데 비해 미국은 6.5%, 이란 7.9%, 시리아11.9%, 소련 12.3%, 이스라엘 16.5%, 이라크 30.7%, 북한 2l.9%였고 세계평균은 5.6%였다.
더욱이 우리의 GNP에 대한 방위비 비율은 해마다 낮아져 89년 5%, 90년 4.3%, 91년 4%에 불과했다.
이에비해 북한은 줄곧 GNP의 20∼24%를 군사비로 사용하고 그것의 48%를 군사력증강에 투입해 왔다.
국방비 총액규모로 보면 76년까지 우리가 뒤지다가 경제성장의 뒷받침으로 그후 우리가 능가하기 시작했고 전력증강투자비 누계는 계속격차가 커지고 있는 남북의 GNP추세를 감안하더라도 90년대 중반에 가서야 우리가 능가하게될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비누계가 북한을 앞지른다해도 남북의 체체상 차이라든가 무기체계의 개발및 획득과정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군사력 균형은 90년대말에 가서야 달성된다고 보아야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전력증강투자비를 90년대말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병선(방위산업진홍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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