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변화에 「운동권」동요/“정보 부족”이유 공식입장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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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쿠데타 옹호·비난 엇갈려/운동 방향싸고 진통 클듯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에서마저 공산당조직이 해체되는 「대혁명」의 폭풍이 몰아침에 따라 국내 「운동권」이 방향을 못잡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구공산정권 몰락을 계기로 내부 이념갈등과 혼란상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던 「운동권」은 최근 소련의 쿠데타실패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장정리와 앞으로의 운동방향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전대협등 운동권단체들이 정보부족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쿠데타를 옹호하는 대자보를 내붙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또 이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붙이는등 혼란을 보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운동권이 현실에 바탕을 둔 사회운동으로 전환하느냐,극좌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운동=학생운동권은 소련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당과 군이 고르바초프의 반동적 개혁정치에 대해 응징을 가한 것』이라고 찬양하고 나섰으나 쿠데타가 소련민중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고 공산당마저 해체의 길을 걷게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운동권학생들은 23일 이후 대자보를 통해 『쿠데타나 소련의 변화가 소련사회주의 멸망을 의미하지 않으며 일정기간을 거쳐 공고한 사회주의가 완성될 것』(서울대),『고르바초프의 시장경제도입으로 자본주의의 모순만 소련에 가져왔다』(건대신문),『강화될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변혁운동을 강화하자』(고려대) 등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소련 곳곳에서 민중들의 반공산당투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대협의 한 간부는 『이번 사태 정보가 철저히 서방언론에 의존돼 있어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는 소련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때문에 다음주초께 공식입장이 발표될 것이나 지도부가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어떻게 설명할지 크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야·노동운동=재야세력을 대표하는 전민련과 「40만조합원」을 내세우는 전노협도 근래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전민련의 경우 간부의 대량구속등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돼 15일의 범민족대회도 대부분의 행사일정이 학생운동권에 의해 주도됐을 정도여서 비합법운동세력으로서의 재야는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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