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계테니스 정상인가|US오픈 내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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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테니스대회의 우승향방에 세계테니스인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26일부터 미국 뉴욕 국립테니스센터에서 개막, 2주간 펼쳐질 US오픈에서의 우승은 곧 이제껏 절대강자부재의 혼전을 벌여 온 세계테니스 계의 평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상금 타기」로 불붙은 세계테니스 계의 무한경쟁은 우승후보에 대한 섣부른 예측을 불허케 한다.
세계남자테니스는 지난해 호주오픈부터 올해 윔블던까지의 7개 그랜드슬램대회에 각기 다른 7명의 챔피언을 탄생시키는 극도의 혼전으로 춘추전국시대를 연출했다.
여자의 경우도 지난해 호주오픈은 슈테피 그라프(독일), 프랑스 오픈은 모니카셀레스(유고), 윔블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 US오픈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아르헨티나)등 모두 그 우승자를 달리했다.
유고의 샛별 셀레스가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거푸 석권,「천하통일」을 이루는 듯 했으나 석연치 않은 부상을 이유로 윔블던을 기피하더니 최근엔 미국테니스의 천재소녀 제니퍼 캐프리어터(15)에게 충격의 2패를 당하며 다시금 난전양상.
즉 크리스 에버트(미국)→나브라틸로바→그라프 등으로 이어지던「패자의 시대」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이변 US오픈우승후보는 남자의 경우 세계랭킹 1위인 보리스 베커(독일), 2위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 윔블던 챔피언 미카엘 슈티히(독일), 이반 렌들(체코)등 외에도 미국의「영 파워 집단」인 간느레아가시, 지난해 US오픈우승자 피트 샘프라스,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짐 쿠리어, 마이클 창 등 이 가세, 그야말로 예측불허.
여자 또한 최근 기량이 부쩍 향상된 홈 코트의 캐프리어티와 나브라틸로바 외에 세계1·2·3·4위인 셀레스, 그라프, 사바티니, 산체스 등 이 난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테니스 인들은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계테니스의 혼전의 첫째원인으로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상금액수를 꼽는다.
그랜드슬램대회에서 한번만 정상에 오르면 그야말로 일확천금,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은 물론 명예까지 따르는 만큼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가 부여가 되는 셈이다.
실제 올해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대회우승(프랑스오픈)을 맛본 미국의 쿠리어는 우승상금으로 45만1천 달러(약3억2천만원)를 받아 지난해 그가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피땀 흘려 번돈 43만7천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치열한 경갱은 또 코트의 재질(잔디·클레이 등)에 따른 전문선수들을 배출, 선수 층의 분화를 가져왔고 이것이 세계테니스 계의 혼전양상을 가중시켰다.『테니스가 이제 구기가 아닌 하나의 격투기가 됐다』는 이반렌들 말을 실감할 정도로 세계테니스 계는 물고 물리는 난전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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