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학 13년만에 졸업|전 학생운동가 유시민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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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5공시절 대표적 학생운동가였던 유시민 씨(32·서울대 경제학과)가 13년6개월만에 졸업장을 받게됐다.
78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 두 차례 제적·구속됐던 유씨가 30일 늑장 졸업을 하게된 것.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자랑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회가 더 이상 젊은이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유씨는 「80년 서울의 봄」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 회장으로 활동하다 5·17사태직후 계엄령위반 혐의로 구속, 제적 돼 그해 9월 군에 강제징집됐다.
84년 8월 복교 후 복학생 협의회장으로 활동하던 유씨는 같은 해 9월 학생들이 교내에 들어온 재수생들을 「학내 프락치」로 오인, 집단 구타한 이른바 「서울대 학원프락치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두 번째 구속, 제적됐다.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유씨는 학생운동권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항
소이유서를 고등법원에 제출, 징역 1년으로 감형받기도 했다.
『법은 일시적·상대적이지만 양심은 절대적이고 영원합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양심을 따랐습니다. 그것은 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라는 주장을 편 항소이유서에서 그는 당시 우리사회의 모순을 설명하고 운동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기술했다.
복역을 마친 뒤 88년 여름 복교, 한때 이해찬 의원(무소속)의 보좌관을 하기도 했던 그는『정치인은 좋은 직업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9년 민중적 입장에서 쓴 『거꾸로 본 세계사』를 펴내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졸업 후 저술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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