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85년부터 핵개발 부대 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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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스스로를 '핵개발의 총사령관', '핵개발 부대는 나의 친위대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한군 장교 출신으로 1999년 11월 귀순한 이정연(38)씨는 "김정일이 85년 노동당 중앙위 직속의 131지도국 산하 핵개발 부대를 조직해 직접 지휘하기 시작했다"며 김 위원장의 소개되지 않았던 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신이 경험한 북한 군생활의 실상을 담아 12일 펴낸 자서전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플래닛 미디어)에서다.

이씨는 이 책에서 "김정일은 90년대 초 소련 붕괴 후 러시아 핵 과학기술자를 평양에 초청해 총리급 대우를 해줬다"며 "그리고는 '우리는 핵개발로 조국통일을 시작하고, 핵으로 조국통일을 총화하려 한다'는 표현까지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남한 사람 대부분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이나 자본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라고도 밝혔다.

이씨는 이 책에서 ▶북한군은 경례 때 '필승' '충성' 같은 구호를 붙이지 않는다 ▶당 간부나 고위층은 제대 후 출세길이 보장되는 전방부대나 특수부대에 자녀들을 보내려 애쓴다 ▶군단장급 이상 장성은 죽을 때까지 복무한다는 등의 북한군 실상도 공개했다.

그는 "북한군 규정에는 병사들에게 건빵을 보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휘관들이 이리저리 빼돌려 일선에는 배급되지 않는다"며 군부의 부패상을 폭로했다.

이씨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귀순자다. 북한군에서 복무하다 귀순 직전까지 4년 동안 북한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으로 근무한 경력 때문이다. 암살 등을 우려해 얼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일본의 모 방송국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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