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에 무기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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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비난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내 폭탄공격은 대부분 이란제 무기에 의한 것"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미 국방부 관리 3명은 11일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정부 고위 지도부가 이라크 내 무기 공급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에서 사용된 이란제 무기를 전시했다.

이날 공개된 이란제 무기는 '폭발물 형태의 발사체(EFG)', 박격포, 로켓추진수류탄(RPG) 등이다. 특히 길이 25.4㎝에 지름 15.24㎝ 크기로 정밀제조된 철제 파이프에 폭발물과 함께 주먹만 한 구리 덩어리가 들어 있는 EFG는 미국 에이브럼스 탱크의 철판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미 관리들은 설명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윌리엄 콜드웰 소장은 이날 회견에서 "2004년 6월 이후 이란에서 제조돼 이라크로 밀반입된 이 고성능 폭탄에 의해 적어도 170명의 미군과 다국적군이 숨지고 620여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콜드웰 소장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조직인 알쿠드스 여단이 이들 무기의 이라크 반입을 맡고 있다"며 "지난달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미군이 체포한 이란인 5명은 외교관이 아니라 바로 알쿠드스 여단 요원들"이라고 설명했다. 혁명수비대를 지휘하는 이란 정부 고위층이 이라크 폭력사태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다.

미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란은 극력 부인하면서 미군에 억류된 자국민 5명의 조기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1일 혁명기념일 연설에서 "이란과 이라크는 형제국가"라며 "우방인 이라크의 안정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도 12일 "이라크 폭력사태가 4년여 지속되는 현재 이란이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를 갑자기 제시하는 미국의 행동은 석연치 않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이란 담당국장을 지낸 힐러리 맨은 11일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백악관 관리들이 이란을 자극해 미국이 (이란) 공격의 명분으로 쓸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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