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의 '겨울'… 취업 등 실용주의에 학생회장 줄줄이 낙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총련이 몰락하나. 최근 대학가 학생회장 선거에서 한총련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7일 현재 전국 2백7개 대학 가운데 절반인 1백3곳이 학생회장 선거를 마쳤다. 이 중 한총련 주류인 NL(민족해방)계열 후보가 당선된 곳은 22곳(21.4%)뿐.

반면 비운동권 후보가 79곳(76.7%)을 석권했다. 운동권 소수그룹인 PD(민중민주)계열은 두곳에서만 당선됐다.

이 같은 비운동권의 약진은 지난해(64.7%)보다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 12기 한총련 출범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다.

한총련의 퇴조는 선거 내용 면에서 더욱 뚜렷하다. 최근 수년간 서울지역 한총련의 아성으로 분류됐던 홍익대에선 ▶한총련 탈퇴▶학내 외부집회 금지를 공약으로 내건 김대정(25.전기전자공학부 3년)후보가 한총련 후보를 눌렀다.

金씨는 "현실적 고민인 취업보다 통일.반미 등 거대 담론만 외치는 학생회에 학생들이 실망을 느낀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총련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던 숭실대 학생회도 이번에 비운동권으로 넘어왔다. 세종대.서울여대도 비운동권이 당선됐다.

1980~90년대 NL의 메카였던 한양대는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이상현(26.경영학과 3년)후보가 '재벌 3세'의 핸디캡을 무릅쓰고도 한총련 후보를 누르는 등 3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가 당선됐다.

한총련이란 배경이 오히려 감표 요인으로 작용하자 건국대.한양대 등 일부 대학에선 한총련 후보들이 먼저 '한총련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방도 마찬가지여서 광주대.호남대.대구대.경남대 등에서 비운동권이 당선되고, 전남대마저 1차 투표에서 한총련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에 밀렸다. 비운동권 강세가 전국적 현상이 된 것이다.

서울대 이미나 학생부처장은 "대학생들이 취업.캠퍼스 편의시설 등 피부에 와닿는 이슈에 관심이 커지면서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회가 득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정하.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