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친 “고르비 쇼크”/한·소관계 앞날 걱정 TV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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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업들 현지파악에 부심/비상근무속 확인전화 빗발 소 대사관/양국 항공기 정상운행
「고르바초프실각」은 많은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19일 오후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실각소식이 전해진 이후 동구권진출 기업·해외여행전문 관광업계는 밤샘하며 국제전화·팩시밀리·텔렉스를 통해 정확한 현지소식을 파악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또 일반국민들도 고르비 방한·한소 수교등으로 갑자기 가까워진 거대한 소련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몸짓이 궁금해 밤늦도록 TV·라디오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한편 서울 한남동 주한소련 대사관측은 19일 오후 1시쯤 본국으로부터 고르바초프실각에 대한 정식통보를 받은뒤 직원들은 입을 굳게 다문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모스크바를 운항하는 KAL·소련국영 아에로플로트사는 20일에도 정상운항했다.
◇소련대사관=19일 오후부터 소련대사관에는 기업인·소련 유학 희망자들로부터 『고르바초프 실각이 사실이냐』『앞으로 한소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비자업무가 중단되지 않느냐』는 등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예레멘코공사는 몰려든 보도진의 거듭된 인터뷰요청을 『본국정부로부터 공식통보가 없다』고 거절했다.
한편 소콜로프대사는 이달초 부인·딸과 함께 2개월 예정으로 휴가차 귀국해 예레멘코공사가 대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관광·항공업계=서울중학동 (주)한주여행사 이방진이사(51)는 『한소수교이후 소련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고르바초프 실각으로 관광객이 크게 줄지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9시30분 사할린 친지방문단 1백5명을 태운 대한항공 9725편 전세기가 김포를 출발,사할린으로 떠났으며 낮 12시에는 세계잼버리에 참가했던 체르노빌원전 피해 어린이 1백2명을 태운 아에로플로트전세기가 예정대로 출국했다.
또 영화 『명자 아끼꼬 쏘냐』의 사할린 현지촬영을 위해 지미필름 관계자 77명이 대한항공 전세기 9745편을 타고 오전 10시30분 사할린으로 떠났다. 대한항공측은 24일 모스크바로 떠나는 정기편 913편에 예약했던 승객 2백72명중 고르바초프 실각소식이후 20명이 예약을 취소했지만 20일 오전 현재까지 2백52명이 예약한 상태며 모스크바 공항폐쇄등 변동상황이 없는한 정상운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19일 오후부터 한소간 통화량이 부쩍 늘었다.
한국전기통신공사에 따르면 하루평균 한소간 통화량은 착신 3백7건,발신 3백59건등 6백66건이었으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소식이 전해진 19일에는 착신 4백3건,발신 9백95건등 총 1천3백98건으로 평상시보다 통화량이 2배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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