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저항 내전 가능성/미 전문가가 전망한 소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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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옐친저항 쿠데타성패 변수/서방지원 중단이 실패요인 될 수도
소련의 쿠데타는 성공할 것인가.
군부등 강경보수세력에 의해 19일 발생한 쿠데타는 장·단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미국의 소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소련에 쿠데타가 발생,고르바초프가 축출된후 미국의 텔리비전에 나온 소련 전문가들은 현단계에서 쿠데타 성공여부를 점치기 어려우나 소련의 이번 쿠데타가 과거 소련의 권력교체현상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쿠데타가 27년전 흐루시초프의 실각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진데 동의하고 있다.
권력자가 자리를 비운사이 반대자들에 의해 축출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소련의 이같은 권력변화역사를 고려하면 이번 쿠데타는 별문제없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의 축출 형태를 제외하면 현상황은 이번 쿠데타의 성공가능성을 크게 제약하며 최악의 경우 자칫 내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소련국민들사이에 민주주의와 생활의 질개선을 요구하며 권력을 고위공산당 간부들간의 내부 투쟁으로만 보지않는 의식변화다.
로버트 레그볼트교수(컬럼비아대 해리먼연구소)는 이날 ABC­TV에 나와 이번 군부쿠데타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쿠데타세력이 국민을 움직일 수 없을때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쿠데타세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군대를 동원,강제로 소련사회를 통제할 수 있지만 소련국민을 움직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소련국민들이 고르바초프의 개혁의 결과에 불만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개혁으로 민주주의와 새로운 세계에 대해 눈뜨게 되었다며 새지도부가 단기간에 국민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국민을 움직일 수 없을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헬무트 소네벨트 미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원도 러시아의 옐친정부등 국민의 지지를 받은 민선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이번 쿠데타는 극렬한 시민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앞으로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향배는 장·단기적으로 이번 소련 쿠데타의 성공여부를 판가름지을 중요한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수많은 모스크바 시민들과 트럭·버스운전사들이 동원한 트럭·버스,그리고 그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군병력이 행정부 건물을 에워싸고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그안에서 불법적인 쿠데타를 비난하며 고르바초프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끝까지 쿠데타를 인정치 않고 쿠데타세력에 저항하고 당장 그의 제거를 고려치 않는 것으로 알려진 쿠데타주동세력이 그의 제거까지를 노릴 경우 사태는 급격히 약화되어 내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옐친의 거취와 관련,소련군 내부의 분열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쿠데타에 동원된 병력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 멤버 가운데 한사람인 보리스 카를로비치 푸고 내무장관휘하의 병력으로 다른 군지휘관들이 소련사상 처음인 군부의 쿠데타개입에 동조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소 텔리비전 특파원 맥심 스카첸코는 ABC­TV와의 대담에서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소련 쿠데타에 대한 대응전략을 논의할 미국등 서방국가들이 지금까지 소련에 약속한 지원 등을 계속할지도 앞으로 사태발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방의 대소경제지원 중단은 당장 영향력 있는 변수가 되지 않겠지만 이로 인해 소련국민들의 생활이 더 악화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새로운 지도세력들의 통치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옐친의 향배와 국민들의 저항력 강도,그리고 국민과 이반된 역사를 갖고있지 않은 군부의 향방,그리고 서방의 대응에 따라 소련의 쿠데타는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을 갈 것이나,64년 흐루시초프 실각이나 89년 천안문사태와는 다른 발전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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