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잃은 범민족대회(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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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1 서울 범민족대회 폐막식」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지땀을 훔쳐대는 참석자들의 표정은 맥빠진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통일논의의 열기가 달아올랐던 지난해 대회때 3박4일간 연일 2만여명이 참석했던 기억이 생생했던 터였다.
18일 오후 4시 연세대 학생회관 3층 간이식당 「푸른샘」.
『우리는 정의의 편에 서서 통일이라는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긍지를 가져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와 이를 위한 투쟁이 있는한 승리는 우리 것이라 확신합니다.』
참석자들의 기운을 북돋우려는듯 열변을 토하는 범민족대회 추진본부 공동의장 강희남 목사의 카랑카랑한 목청마저 공허하게 들렸다.
이번 대회는 국민적 관심도·열기·행사내용 등 여러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뒤떨어진 행사였다.
『최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고위급 회담 등 한반도에도 통일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직된 사고로 대회장 원천봉쇄·범추본 관계자 수배·도시락 반입 불허등 갖가지 방법으로 대회를 막아왔습니다.』
강목사의 저조한 대회열기에 대한 설명이 있은뒤 전민련 반핵·평화위원장 진관스님의 대회경과 보고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범민족 회담에서부터 이번 대회가 있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이어 연방제 통일방안·비핵지대화 등을 합의한 것이 최대성과며 대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요지의 선언문 낭독과 만세삼창으로 이어져 이날 폐막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식장을 나서던 한 학생은 이번 대회가 「학생들만의 대회」,범민족대회 아닌 「반쪽대회」로 끝나버린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쉽게 신분을 짐작케 하는 사복경찰들 사이로 연세대 정문을 나서는 참석자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통일논의」도 재야·정부간의 타산적 계산을 탈피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는 차원으로 성숙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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