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씨에게 '피바다'란 말로 협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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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조직‘범서방파’두목 출신 김태촌씨가 9일 경남 진주시의 한 병원에서 목에 링거를 꽂은 채 톱스타 권상우씨를 협박한 혐의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목에는 링거 주삿바늘이 꽂혀 있고 더부룩한 수염에다 환자복을 입은 그는 연방 기침을 하고 있었다. 8일 경남 진주 시내 한 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59)씨는 힘겹게 암투병하는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구속집행 정지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교도관 없는 상태로 활동반경을 병실로 제한받고 있을 뿐 비교적 자유스러운 모습이었다. 병실 주변에 '어깨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왼쪽 폐는 폐암 조직 제거를 위해 절제했고, 통증이 심해 진통제로 견디고 있다고 한다. 주사를 많이 맞아 손발에 혈관이 나오지 않아 목에 링거 바늘을 꽂고 있었다. 병실 벽에는 '사랑은 오래 참고 인자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라고 시작하는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머리맡에는 성경 두 권도 놓여 있었다.

톱스타 권상우(31)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신문 등 뉴스를 꼼꼼히 챙기며 해명에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9쪽짜리 유인물을 보여 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명하기도 했다.

-권씨를 왜 협박했나.

"2005년 12월 말 일본 교회의 초청으로 신앙 간증을 위해 갔다. 초청해준 일본인 목사님으로부터 권씨가 팬미팅 공연을 해주기로 하고 계약금조로 고급 시계 등 1억원어치를 받아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관계를 알아보느라 귀국한 뒤 한 달 지나 전화했다. 협박할 의사가 있었다면 귀국 직후 바로 연락했을 것이다."

-"나 김태촌인데"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

"전화가 권씨에게 바로 연결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바뀌는 바람에 신분을 밝히느라 그렇게 했을 뿐이다. ('피바다' 운운)한 적 없다. 권씨 측이 전달 과정에서 부풀렸다."

-일반인도 아닌 당신이 "나 김태촌인데"하면 협박으로 느끼지 않겠나.

"이름도 이야기하지 않고 어떻게 전화하느냐."

-'피바다'라는 말을 정말 하지 않았나.

"초등학생들도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녹음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했겠는가."(곁에서 간호하던 김씨의 친척은 "보스는 그런 말-피바다-을 쓰지 않는다. 권씨 측이 녹음한다는 연락을 미리 받고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떳떳하다며 전화했다"고 전했다.)

-조직폭력과는 완전히 손 뗐나.

"만나지도 않고 완전히 손 뗐다."

-권씨와의 관계는.

"서로 오해를 풀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권상우씨를 직접 만났다. 서로 사진도 찍고 했다. 권상우씨가 쓴 자술서를 법정에 내겠다."

-그동안 신앙 간증 등 종교활동이 위선이 아니냐.

"검찰이 만든 이야기를 믿고 나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진주교도소 보안과장에게 28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준 사실이 없다. 재판하고 있지 않느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나.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오히려 검사가 위증을 강요하고 협박한 것이 드러났지 않느냐. 나같이 죄 없는 사람을 옭아매려는 검찰이 반성해야 한다."

77㎏ 나가던 그의 몸무게는 69㎏으로 줄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상대방에게 "나의 해명을 취재한 언론 보도를 잘 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김씨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본지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본지 기자는 전날 김씨 휴대전화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문자 메시지를 남겼었다. 김씨는 공손한 어투로 "김태촌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직접 만나 인터뷰가 가능하고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진주=김상진 기자, 김종문 기자 <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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