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치적 꼼수 개헌론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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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 개헌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사태로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뒤 처음 열린 대정부 질문이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론 공방=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개헌엔) 정략적인 의도가 없다고 본다"며 "개헌안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대통령이)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3월 초.중순께를 탈당 시점으로 제안했다. 문병호 의원은 노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꼼수를 노린 개헌론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한 총리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의 분당으로 통과 가능성도 없는 개헌안을 들고 나온 이유가 뭐냐"며 "개헌 찬반 지지율로 착시를 유도하고 노사모와 시민단체로 새 정치 질서를 만들 계기를 삼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맹형규 의원도 "총리실 산하에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을 구성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한 총리는 "과장하지 말라" "의도 없다. 정략적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맞섰다.

◆"정부 국책사업 비용만 2551조원"=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방안' 등 정부의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 발표 배경과 실효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형준 의원은 "참여정부가 벌여놓은 25개 주요 대형 국책사업의 비용은 2551조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5.6배"라며 "임기 말에, 차기 정부에 모든 부담이 돌아갈 대형 장기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것은 참여정부가 '구호 정부'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선거가 조기 과열돼 모든 것을 선거용이라고 하는 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반박했다.

◆"현 상황은 문화혁명과 비슷"=정두언 의원은 "중국의 문화혁명과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사 캐기와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숙청하고 죽이고 쫓아내고 난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얘기하면 반(反)개혁'이라고 말했는데 마오쩌둥(毛澤東)도 경제를 얘기하면 '반동'이라고 했다"며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사람 발마사지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를 문화혁명과 비교하는 건 역사적으로 옳지 않다. 표현이 과하다"고 반박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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