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주 왜 이럴까… 사상 최대 실적에도 1년 전 공모가 밑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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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매유통 공룡의 등장, 고가명품(高價名品), 성장하는 거인….'

지난해 2월 9일. 롯데쇼핑이 주식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영 일색이었다. 공모주 청약에 5조2970억 원이 몰렸다. 공모가만 40만 원인 명품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년 뒤. 8일 롯데쇼핑은 8000원(2.17%) 내린 3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40만원을 넘었던 날이 30일 남짓이다. 지난해 4월 말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후 1년이 돼 가도록 회복을 못하고 있다. 작년 8월엔 30만원이 붕괴될 위기까지 놓였었다. 지난해 매출액 9조5590억 원, 영업이익 7489억 원, 당기순이익 6926억 원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동떨어진 주가 흐름이다.

이는 할인점 매물을 놓쳤고 홈쇼핑사업 난관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까르푸와 월마트를 모두 경쟁사에 뺏겼다. 신사업 동력으로 사들인 우리홈쇼핑도 문제가 꼬였다. 우리홈쇼핑 2대 주주(45.04%)인 태광산업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태광산업은 국내 최대 규모 복수 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태광산업은 최근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태광 측과의 문제를 풀지 않는 한 5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인수한 우리홈쇼핑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롯데마트의 부진도 문제였다. 2006년 4분기 실적을 보면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12.6%에 달하는 반면 할인점은 2.1%에 그친다.

한누리투자증권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할인점 부문의 실적 개선은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투자의견 '보유', 목표주가 41만 원을 제시했다. 롯데쇼핑은 그러나 백화점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백화점을 기반으로 할인점과 슈퍼, 극장, 전문점(토이저러스) 등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목표주가 46만 원을 제시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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