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가들 그늘에 가리우고…북문단 세대교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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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 문단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해방이후 북한 문단의 주류를 이뤄왔던 일부 월북 문민들과 북한출신 작가들이 80년대 중반 들어 대부분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집필이 어려워 은퇴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이후 사망한 북한의 주요 작가로는 석윤기·변희근·황건·이기영·박태원·윤복진·박세영·조벽암 등이 꼽히고 있다.
이기영·박태원은 소설분야의 거목으로, 박세영은 서사시분야를 개척한「혁명시인」으로, 윤복진은 아동문학의「대부」로 까지 일컬어 졌었다.
또 석윤기·변희근·황건 등도『시대의 탄생』『철의 심장』『월미도』등의 장·단편소설로 북한을 대표하는 작가로, 조벽암은『눈자국』등의 시작을 북한문학사에 남겼다.
북한 문단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증거는 지난해『조선문학』지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들의 면면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2월호까지의『조선문학』지에는 시작이 2백30여편, 중·단편소설 및 수필등이 90여편 게재됐으나 이른바「원로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합쳐 10여편에 불과했을 정도로 극히 미미했다.
북한 문단의 세대교체 주역으로는 대략 20명 정도가 꼽히고 있다.
시쪽의 동기춘·구희철·신진순·오영재·김석주·전범구·서봉체·박미성·변홍영, 소설쪽의 최학수·최창학·권정웅·홍석중·남대현·류벽·윤시철, 희곡 및 시나리오 쪽의 이춘구·오혜영등이다.
또 현 작가동맹 위원장인 김범훈, 문예총 부위원장인 최영화 및 백하도 이들보다 약간 세대가 앞서고 있지만 같은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보아 두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대부분 문단에 데뷔한지 20년이 넘는다는 것이고, 두번째는「복합적인 주제」의 작품을 주로 다룬다는 점이다.「복합적인 주제」의 작품을 주로 다루는 것이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북한 사회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비교적 젊은 작가들이 기존 당의 요구와 그동안 북한으로 흘러 들어온 외래사조의 영향을 절충하는 형태로 종전 북한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가지 주제를 한 작품에서 다루고 있다. 이 부류의 대표작으로는 87년 발표된『청춘 송가』가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남녀간의 애정문제를 밀도있게 다루면서도 당이 요구하는「참된 청춘상」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북한 문단에서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꼽히는 작가들 가운데서도 역량있는 작가로는 특히 남대현·최창학·최학수·홍석중·이춘구·오혜영등 1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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