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수확량의 3할은 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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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옷은 사치해서는 안되고 추위·더위를 막으면 그만이다」「음식은 맛있는 것이 필요 없다. 시장기를 가시게 하면 족하다」「거처는 너무 편한 곳보다는 병 안나게 할 정도의 장소면 충분하다」.
조선 영조때 유중림이란 사람이 펴낸『증보산림경제』에서 가르치는 의식주에 대한 소박한 규범이다.
가진자들에 의한 과소비, 사치·호화주택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우리 선조들의 생활철학이다.
성신녀대 이영미교수(가정관리학과)가 최근 발간된「소비생활연구」(한국소비자보호원 발행)에 발표한 이 논문은『인을 바탕으로 한 근검과 절약이 조선시대를 지배한 일관된 가정경제 운영 철학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에 널리 읽혔던 규범서로는『여사서』(중국서적) 내훈(조선 성종 모후 소혜왕후著)『계녀서』(송시열선생이 딸에게 준 지침)『증보산림경제』(영조대 유중림저)『성호부세』(이익저)등이다.
이밖에 정약용의『목민심서』, 정조시대의 이덕무가 지은『사소절』도 유명하다.
이교수가 이들 규범서들에서 인용한 내용들 중 특히 계획적 가정경제, 일상에서의 임대차 방법, 근면장려, 근검절약의 방법등은 눈길을 끈다.
『가능한 꾸어 쓰지 말되 꾸었으면 다시 꾸어 쓰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갚아라』『빚주는 일은 부디 하지 말라』고『계녀서』에서 송시열선생은 가계금전관리에서의 신용과 도덕성을 강조했다. 또 남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해 물건값을 후려 깎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도 가르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비용을 제외한 농사의 총 수확량중 3할은 재난에 대비해 남기고 나머지 7할을 12등분해 한달 양식으로 쓰되 그중 3할은 다시 남길 수 있도록 하라』고 절약과 준비를 가르쳤다.
그런가하면『목민심서』는『절약은 아끼되 한계가 있으며 일정한 법칙을 정해 따라야 한다』고 했다.
『자식에게 줄 유산이 근·검 두글자밖에 없다』고 한 정약용선생의 편지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나친 사치와 낭비는 지양되어야할 것이라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석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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