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대변자' 된 영 노동당 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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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전에 동조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가 싫어서 알 자지라 방송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최근 아프리카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수행기자단에 중동계 알 자리라 방송에서 일하는 영국 전 노동당 간부 출신 기자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알 자지라 TV 인터내셔널 유엔 특파원인 마크 셔든(44.사진).

15세 때 노동당에 입당한 그는 중앙당 집행위원회의 선출직 집행위원으로 뽑혀 8년 동안 간부로 활동했다. 20명으로 이뤄진 집행위원회는 당의 중추 기구로 토니 블레어 총리 등 10여 명의 각료가 당연직 멤버고, 6명이 선출직이다. 셔든은 블레어 총리 등 각료들과 함께 노동당과 영국을 이끌었던 셈이다.

그는 영국 정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치 전문 주간지인 '트리뷴'의 편집장으로도 11년 동안 일했다. 영국에선 당원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뷴은 '스펙터'와 함께 영국 정계를 신랄하게 파헤치는 정치전문 잡지로 소설'1984년'의 작가인 조지 오웰이 창간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노동당에서 뛰쳐나와 중동의 시각을 대변하는 알 자지라에 합류한 것이다.

셔든은 "비참한 이라크 사정 등 서방 언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야기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 알 자지라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비슷한 계기로 알 자지라에 입사한 비중동계 기자가 많다고 했다. 기자들의 출신국이 80여 개국이나 된다는 말도 했다.

"4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층을 인터뷰했다"는 그는 "반 총장이 미국 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로 일하면 존경받는 유엔 수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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