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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지뢰 피해는 '안보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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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법원이 국가의 무기 관리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엔 지뢰 표시가 붙어 있는 가드레일을 떼어내고 경운기를 타고 지뢰밭에 들어가다 대천차 지뢰 사고를 당해 실명한 피해자에게 법원이 국가 책임을 65% 인정했다. 작전이 끝난 지역에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방치해둔 군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민간인 지뢰 피해자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사용한 전쟁무기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지뢰 사고는 안보재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가 후방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동안 전방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지뢰 사고의 위험 속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배상법의 청구 시효 3년을 넘기고 수십 년 동안 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지뢰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지뢰 피해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해 왔다. 선진국에선 지뢰와 같은 전쟁무기에 의해 피해를 당한 민간인을 군경 상이자처럼 원호 대상자로 보호하고 있다. 그들을 외면한다면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인권국가, 평화국가로서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조재국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종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