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는 까닭 모를 「새만금사업」/김수길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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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얼마전 과천 농림수산부에 전북지사가 찾아와 장관실부터 시작해 각 관계자들을 만나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갔다.
지난번 추경때 농림수산부가 애를 써주어 새만금 간척사업을 위한 일반회계예산 2백억원을 확보해준데 대한 감사였다.
영산강 간척사업의 8배,서산간척사업의 4배에 가까운 1억2천만평의 땅을 만드는데 앞으로 14년간 1조3천억원의 돈을 들인다는 대역사가 바로 새만금사업이니 아직껏 이토록 큰 사업을 유치해본 적이 없는 전북도로서는 일단 반기고도 남을 일이다.
사업의 덩치가 이만큼 크고보니 새만금은 그 이력도 길고 곡절도 많다.
새만금은 5공전부터 사업규모는 다를지언정 간간이 거론됐었다. 나라지도를 펴놓고 보면 누구나 간척사업을 생각해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권도 막상 공사를 시작하지는 못하다가 5공말기 대통령선거로 어수선하던 시절 야당가 이를 내세울듯 싶자 불쑥 관계장관회의가 열러 사상 최대의 정부공공사업으로 오랜만에 신문지면에 올랐었다. 그리곤 다시 잠잠했던 것이 또 새만금이다.
급한 김에 그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새만금을 찾아내 공약으로 내걸때부터 검토다운 검토가 있지도 않았거니와 쌀은 남고 집과 도로,깨끗한 물은 모자라고 농어촌구조조정이 시급한 6공의 빠듯한 경제를 꾸려오면서 그 누구도 새만금의 투자우선순위를 앞세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새만금이 이제 대통령의 후계자 문제가 거론되고 곧 몇변의 큰 선거를 치를 마당이 되자 본예산도 아닌 추경편성의 마지막날,그것도 막바지 진통 끝에 비로소 일반회계에 2백억원의 「다리」를 걸친 것이다.
새만금에 일반회계예산이 처음으로 배정되었다는 것은 이제 내년부터 새만금이 이른바 계속사업으로서 매년 예산을 배정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지금 줄이고 줄여 얼추 계산해보니 14년간에 1조3천억원이 들어간다는 것이지 농림수산부부터가 앞으로 20년이 걸릴지,아니면 2조원·3조원이 들어갈지 모른다는 예상이다.
예정대로라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올 11월께 성대한 새만금 기공식이 열리겠지만 10년이상에 걸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전북의 「새땅」이 아닌 「지금 있는 땅」에 돌리도록 하자는 생각을 지금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있는 땅」위에 해야할 절실한 일도 못하는 것이 얼마든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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