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입원환자 응급실 편법 이용 늘어|서울대의대 윤덕노 교수 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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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료전달체계 시행 이후 대학병원 등 3차 진료기관의 응급실이 비 응급환자들의 신속한 입원수속을 위한 입원경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의 혼잡이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의 대기시간도 3시간 가량 더 늘어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윤덕노 교수 팀이 의료전달체계가 시행된 89년 7월1일을 기준으로 전후 각각 1년 동안 서울대법원 응급실환자 2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응급실 이용에 대한 비교연구」를 한 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의료전달체계 시행 이후응급실이「입원을 의한 대기실」로 오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동안 공공연히 알려져 왔던 사실. 그러나 조사를 토대로 실제적으로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의료전달체계 시행 이후 1년간 단순 입원 목적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는 전체이용자의 9.2%인 1천3백여 명으로 이는 시행 이전에 비해 52.6%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의료전달체계 시행이후 서울대병원 외래 환자 수는 l.8% 감소했다.
단순입원목적의 환자들은·대부분 별다른 처치 없이 입원할 날짜를 예약하고 귀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의료전달체계를 피해 1, 2차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도 15.6%나 됐으며 가까운 동네의원에서도 얼마든지 진료 받을 수 있는 단순 투약이나 주사 등을 위해 내원한 환자도 6.2%인8백 80여 명 이었다.
내원 시간별 분포를 보면 낮 시간인 오전 8시∼오후 4시 사이에 절반이상의 환자가 몰려 밤 시간 등의 응급상황에 이용돼야 할 응급실의 본래기능과 배치됨을 보여준다.
비 응급환자들의 이 같은 잘못된 응급실이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응급조치를 요하는 중환자들.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나 중환자실에 입원해야할 환자들의 응급실대기 시간이 시행 이전의 6.4시간에서 9.2시간으로 늘어났다.
이 조사연구에 참여한 김헌씨는『이 연구는 응급실환자진료대상 기록을 조사한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입원을 위해 응급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종합병원의 환자집중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의료전달체계가 응급실의 경우는 오히려 환자집중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경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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