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수퍼 에이전트' 로젠하우스 "태권도 사범님은 나의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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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소년은 어떻게 해서든 발차기를 중단하고 싶었다. 이마엔 구슬땀이 흐르고 허벅지엔 쥐가 날 지경이었다. 401, 402, 403…. 발차기 횟수가 400개를 넘어섰을 때 사범이 물었다. "몇 번이나 했느냐." 소년은 거짓말을 했다. "500회를 다 끝냈습니다." 그러자 사범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고는 500회를 더 하도록 벌칙을 내렸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약 중인 드루 로젠하우스(41)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로젠하우스는 미국의 스포츠 에이전트 가운데서도 최고라는 뜻에서 '수퍼 에이전트'로 불린다. 자서전 '상어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A Shark never sleeps)'를 1998년 출간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스포츠 에이전트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cguire)'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엔 미국 폭스TV에서 프로풋볼 해설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가 1일(한국시간) 태권도 스승인 도영수(62)씨의 마이애미 도장을 찾았다. 5일 이곳에서 열리는 수퍼보울을 앞두고 스승에게 안부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도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극 존칭(Sir)을 붙이며 스승에게 인사를 했다. 로젠하우스는 원래 마이애미에서 나고 자랐지만 1년 중 절반 이상을 출장지에서 보낸다고 했다.

"발차기 1000번을 마치고 나니 아무 정신이 없더군요.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사범님이 무서워 발차기를 끝까지 마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동생 제이슨(39)과 함께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 중인 그는 "어린 시절 내게 '사범님(Sahbumnim)'은 영웅이었다. 사범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냉엄한 에이전트 시장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하우스의 고객은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터렐 오웬스, 제이븐 워커 등 대스타들이 대부분 그의 고객이다. 그러나 그는 공격적인 스타일 탓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1면에 '프로 풋볼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에이전트 시장엔 상어와 물고기만이 존재합니다. 상어가 되느냐, 물고기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달렸지요. 저는 '상어'란 별명이 좋습니다. 상어는 숨을 쉬기 위해, 생존을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저 역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뿐입니다."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 풋볼에 열광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20분이 넘도록 풋볼 예찬론을 늘어 놓았다.

"풋볼은 모든 운동을 망라한 종합 스포츠입니다. 축구의 킥과 야구의 던지기는 물론 레슬링.태클이 다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각 팀 11명씩 치밀한 전략을 갖춰 일대일로 맞서 싸워야 하는 체스 게임이기도 하지요. 짧은 패스, 긴 패스, 캐칭까지 제대로 하려면 타이밍과 기술, 밸런스까지 두루 갖춰야 합니다."

로젠하우스는 또 "지난해 수퍼보울 최우수 선수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서 영웅이 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단판 승부로 판가름 나는 수퍼보울은 이제 지구촌 세계 최고의 이벤트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수퍼보울은 5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마이애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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