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연극 '울 할아버지…' ' 웃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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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날씨로 접어든 대학로에는 '죽음'이 깔려 있다. 지난 10월 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인 '졸업'을 필두로 '다시라기'에 이어 요즘은 '울 할아버지 꽃상여'와 '웃어라 무덤아'가 공연 중이다.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 죽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자, 나이들거나 병에 걸려 죽음이 가까워진 사람, 그 이외에도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때문일까. 무겁고 우울한 죽음을 주제로 한 이 연극에 남녀노소 관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울 할아버지 꽃상여'(30일까지. 문예진흥원 대극장)는 죽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한 할아버지가 결국 화해를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줄거리다.

이 연극은 어린이와 어른을 아우르는 키덜트 연극이다. 특히 어린이를 위해선지 무대 위 초가집과 돌담, 시골버스 모두 동화처럼 아름답다. 할아버지 곁을 맴도는 저승사자는 무섭기보다는 재밌다. 할아버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나비.잠자리채.종이배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연극은 사건의 전개 과정을 거꾸로 추리해 나가야 하는 데다 저승사자들의 대사가 너무나도 빨라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어른이 보면 좋은 연극일 듯 싶다.

이 연극은 할아버지의 꽃상여가 무대 위를 한바퀴 돌며 끝을 맺는다. 상여 앞에서 종을 치며 "워어이 어어여, 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고 노래하는 상두꾼의 구음이 구슬프다. 상두꾼 역의 배우는 얼마 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다 한다. 그 노래가 더욱 가슴을 저밀 수밖에 없다. 02-875-8225.

벽을 하나 건너 문예진흥원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웃어라 무덤아'(30일까지)는 '꽃상여'와 반대로 죽음을 신랄하게 바라본다. 산골의 한 할머니가 장례비 1백만원을 남기고 죽는다. 평소 할머니를 따르던 옆집 아줌마.택시기사.여관집 주인.전세방 젊은이들 모두 1백만원을 두고 딴 생각을 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02-744-0300.

죽음은 축제가 될 수도 있고,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모티브가 될 수도 있다. 위의 두 연극은 그 두가지 시각을 제법 잘 표현해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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