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10대 가진 학교도 드물다/“과학기술입국” 말만 요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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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기자재 실제 확보율 15%/국교 실험비 1인 연4백원꼴/구색만 갖춘 과학실 그나마 낡고·파손품 많아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과학교육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뒤지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과학기술 입국은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실험실습실 확보율은 국민학교 79%,중학교 71%,고교 59%로 평균 70%라고 돼있고 실험실습기자재 확보율은 보유점수기준으로 국민학교 76%,중학교 75%,고교 61%로 평균 72%로 나타나고 있다.
또 금액기준으로는 평균 확보율이 55%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적격한 실험실이나 노후·파손된 기구들이 많고 값싼 기구만 구입한 탓으로 실제 과학실 확보율은 평균 30%,기자재 확보율은 평균 15%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선 과학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설기자재실태=서울 면목고 최병수교사(화학)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자재들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조잡한 것들이 너무 많고 과학실도 전기·후드(가스배출시설),환기시설,상·하수도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거나 위치가 잘못돼 실험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시설·설비기준령과 학교교구·설비기준에는 국민학교의 경우 48학급,중학교는 15학급,고교는 9학급마다 과학실을 두도록돼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실험기재로는 국민학교는 각종 기구·용기·유리·표본·모형류 1백15종,중학교는 약 2백종,고교는 약 4백종을 지정해 규격·수량을 정해놓고 있으나 이는 64년에 제정된 기준으로 최소한의 구색만 갖추는 정도며 학생수에 비해 규격·수량도 크게 부족하고 조잡한 실정이다.
예를들어 연소실험에 쓰이는 연소숟갈을 한두번 쓰면 땜질부분이 떨어지고 플라스크의 고무마개가 맞지 않아 기체실험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실험용 수레의 경우 좌우바퀴의 지름이 서로 달라 실험결과가 제대로 안나온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전기분해 장치가 교실당 대개 1∼2개 뿐으로 50명 학생에게는 크게 부족하며 정량실험을 위한 전자저울도 필요한 기구이나 기준에는 나와있지 않다.
현미경은 학생 2명당 한대씩을 구비토록 규정돼 있으나 10대를 가진 학교가 드문 형편이다.
◇실험재료비=실험재료비 부족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학교의 경우 학급당 연 2만원으로 1인당 4백원에 불과하며 중학교는 2천원,고교는 2천4백원에 불과해 한학기에 실험한번 하기도 힘든 형편으로 최소한 이의 10배는 돼야 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외국실정=서울대 사대 박승재교수(물리)는 『선진국에선 과학실험 기자재는 교과서에 있는 모든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갖춰져 있으며 대만도 우리보다 형편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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