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김진아 감독 '네버 포에버' 출연 베라 파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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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샛별' 베라 파미가(33)를 최근 선댄스영화제에서 만났다. 그는 선댄스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04년 주연작 '다운 투 더 본'이 선댄스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할리우드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네버 포에버(감독 김진아)' '조슈아(조지 래티프)' 두 편이 극영화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네버 포에버'에선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지난해 '디파티드'에선 주인공 빌리(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콜린(맷 데이먼)의 연인이자 정신상담 의사 마돌린으로 출연, 국내에도 낯설지 않다.

선댄스를 다시 찾은 소감을 묻자 처음엔 "날씨가 너무 춥다"는 말로 짐짓 엄살을 떨었다. 그러나 이내 "몸은 춥지만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다. 극장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는 게 즐겁고 뿌듯하다"고 답했다.

'네버 포에버'와 '조슈아'는 모성을 둘러싼 미국 가정의 위기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조명한다. '네버 포에버'에선 잘나가는 재미동포 2세 변호사 앤드루(데이비드 맥기니스)와 결혼한 소피로 출연했다. 소피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아기를 갖길 원하지만 불행히도 앤드루에겐 생식 능력이 없다. 고민하던 소피는 한국에서 온 불법 체류 노동자 지하(하정우)에게 "임신을 시켜주면 3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소피는 지하를 만나고 임신까지 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욕망에 눈을 뜬다. 반면 '조슈아'는 겉보기에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 아기가 생기면서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는 내용의 공포물이다.

"'조슈아'에선 출산을 두려워했다가 '네버 포에버'에선 임신에 모든 걸 걸었던 게 아이로니컬해요. '조슈아'를 마치고 '네버 포에버'의 시나리오를 받았죠. 모성에 대한 극단적인 긍정과 부정을 오가게 됐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네버 포에버'에선 미국 한인사회의 모순도 드러난다. 한국계 가정에 시집온 백인 며느리로서 소피는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린다. 한국어를 모르는 소피가 한국어 예배를 강요당하는 장면은 소피가 남편 가족에게서 느꼈을 극심한 소외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으는 지하는 불법 이민자의 어두운 뒷모습을 드러낸다.

"저도 이민가정 출신이에요. 부모님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오셨죠. 그래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의 고민을 알아요. 영화를 하면서 미국 한인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그는 어느 날 매니저에게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 보니 "아주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김진아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직접 만나 보니 감독과 배우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특별한 믿음이 갔다고 했다. "지나(김 감독의 영어 이름)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여성감독으로서 여성적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죠."

하정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의 강렬한 인상이 잊히지 않아요. 같이 연기를 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이 돋보였죠."

감독과 배우 간의 신뢰는 노출 장면을 촬영하는 데 긴요한 역할을 했다. 극중에서 파미가와 하정우는 여러 차례 진한 베드신을 보여준다. 파미가는 노출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도 김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20~30쪽짜리 복잡한 계약서에 익숙해 있던 변호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옷을 벗는 건 누구에게나 무서운 일이죠. 누군가 당신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요. 그러나 지나는 같은 여성으로서 영화를 선정적으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죠. 다른 사람이 하자고 했으면 아마 거절했을 거예요."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애정을 갖게 됐다고 했다. "다음달 말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면 저도 꼭 가고 싶어요. 한국 음식도 많이 먹어 볼래요."

파크시티(미국 유타주)=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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