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도핑테스트'한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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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또 참아야 한다"

롯데마트 직원들이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되새기는 말이다. 회사차원에서 '강제 금연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0월부터 전사원을 상대로 금연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그냥 '말로만' 선포가 아니다. 흡연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도핑테스트'를 실시해 흡연한 사실이 적발되면 인사고과에 반영해 승진제한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 '도핑테스트', '인사고과' 앞에 '딱 한대만..'은 통할 수가 없다.

롯데마트 이철우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원들이 먼저 금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재까지 털어가며 금연 운동의 선봉에 나선 '금연전도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에 못지 않은 추진력이다.

블룸버그는 2002년 1월 시장 취임 6개월만에 말보로 담배 한 값을 7.5달러로 25%나 올렸다. 2003년 초에는 레스토랑과 술집을 포함, 뉴욕시 내 모든 공공건물 내부에서는 담배를 못 피도록 하는 금연법 제정을 주도했다. 지난해는 금연운동을 위해 사재 1억2500만 달러(1200여억원)까지 내놓았다.

홍콩도 최근 도시 전체를 금연도시로 선포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자 채용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에는 일부 기업체들 가운데 금연을 입사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곳도 있다.

국내에서는 금호그룹이 대표적인 금연기업이긴 하지만 도핑테스트까지 내세운 '금연 강제령'이 떨어진 대기업은 롯데마트가 유일하다.

회사내 흡연실이 사라진 것은 물론 3개월여간의 시간을 준 뒤 직원들을 상대로 1월 중순 '도핑테스트'를 실시했다.

도핑테스트가 최근 10일간의 흡연 사실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일부 직원들은 최대한 오래 흡연하다 도핑테스트 보름전부터 '백기'를 들었다. 이제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간 큰' 직원들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금연령에 대해 인사고과에 가산점도 받고 담배도 끊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로 생각하는 직원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승진상 불이익 등을 내세운 강제 조치에 일부 에서는 볼멘 소리도 만만찮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금연'도 중요하지만 잦은 야근부터 줄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롯데마트 탁용규 홍보팀장은 "좋은 취지로 이해해달라"며 "일부에서는 금연으로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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