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탈피「신풍」기대|서울대총장 후보 첫 직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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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는 16일 개교이래 처음으로 교수들의 직선에 의해 총장후보를 선출, 「관치태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을 향한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90.7%에 달하는 등 교수들의 높은 참여 속에 일절 잡음없이 모범적으로 진행돼 첫 직선 총장에 거는 대학인들의 지대한 기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종운 인문대 교수와 김영국 부총장 등 「양김」후보는 모두 연구 업적·덕망·행정 능력 등 3박자를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일찌감치 총장 후보감으로 거론됐던 인물들.
이와 함께 양김 후보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이자 서울대 입학동기로 학내에서 「맞수」로 통해왔기 때문에 선거 전부터 두 후보의 득표결과가 서울대인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김종운 교수는 경기고(당시 경기중) 45회 출신이고 김영국 부총장은 46회지만 김 부총장이 고2때 월반을 했기 때문에 두 후보는 함께 49년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교수 임용은 김 부총장(64년) 이 김 교수(67년)보다 빨랐으나 주요보직은 김 교수가 한발짝씩 앞서가 경력 면에서도 백중지세.
김 교수는 74∼82년 기획실장· 교무처장 등을 두루 거친 뒤 87∼89년 부총장을 지냈다. 반면 김 부총장은 87∼89년 대학원장으로 있다. 김 교수가 부총장직에서 물러나자 그 자리에 오른 것.
당초 서울대 총장 선거는 교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김 교수와 폭넓은 대인관계와 대외 교섭력을 갖춘 김 부총장이 팽팽한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러나 지난 11∼12일 3개 캠퍼스를 돌며 실시한 사실상의 「선거유권인 소견 발표장에서 김 교수가 「중후한 맛」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교수들을 사로잡아 76표라는 다소 큰 표 차로 1위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
지난 9일 총장선정위원회가 선출한 예비후보 5명 중에는 유일한 외부인사로 김 교수와 경기고 동기인 조순 전 총리가 포함돼 있었으나 「정년상의. 문제」로 10일 후보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경기 3파전」은 무산됐다.
한편 「양 김」후보는 교육부장관의 추천 과정을 거쳐 다음달 13일까지 대통령의 임명을 받게되는데 교수들의 투표결과가 존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장은 「전체 교수들의 직접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뽑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다소 보수화 되고 침체됐던 국립 서울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각 총장 후보들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학내 민주화·대학 자율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관선 총장보다 쉽게 실천에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했던 ▲교권확립과 학문·사상의 자유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교수 협의회·교수 평의회 활성화를 통한 학내 의견 수렴 ▲학생들과의 새로운 대화 채널 구축 ▲대학기구의 민주적 개편 등은 직선 총장 취임 이후 곧바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지원은 최대한 간섭은 최소한」이라는 서울대의 최대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서울대 설치령을 개폐하고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결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대학원 시설 확충 ▲연구소 기능 활성화 ▲ 교수안식년제 등이 구체화되고,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모두 「확약」한 농대·수의대의 관악캠퍼스 이전 문제도 추진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직선총장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교수들의 직선으로 선임하고 있는 각 단과대 학장을 총장이 임명하는 방안 등 벌써부터 구체적 조치들이 학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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