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에 성적 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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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앞으로 모든 TV프로그램에 일일이 성적이 매겨져 일반에 공개된다.
방송위원회 고병익 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송위의 주요 사업계획을 실명하는 자리에서 방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TV프로그램 평가제」를 도입,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TV프로 평가제는 현재의 양적 측정 방법인 시청률조사와는 달리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를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는 질적 조사방법으로 유익성과 오락성을 여섯단계의 평가지수(AI)를 활용해 측정하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 각 TV프로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평가지수 1∼6으로 나눈 뒤 이를 20점 간격의 점수로 바꿔 0∼1백점으로 채점하는 식이다.
가령 「매우 유익하고(또는 유익하거나) 재미있는」경우는 평가지수 6을 받지만 「전혀 유익하지 않거나(또는 유익하지 않고) 재미있지 않은」때는 가장 나쁜 평가지수 1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같은 평가방법을 방송위가 시행키로 한 것은 앞으로 민간 TV상업방송과 유선TV등이 속속 출현, 본격적인 다채널 시대가 열리고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가에만 매달리는 시청률 조사가 계속되면 방송사간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방송내용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이에 따라 9월부터 2주마다 KBS-1·2, MBC-TV와 머지않아 개국할 서울방송TV 등 TV채널의 모든 프로에 대해 설문조사에 들어간다.
설문조사 대상은 전국의 시청자 1천5백 명으로 설문지를 통해 종합 분석한 평가결과를 현업 제작진 등 방송사는 물론 사회단체·광고주 등 일반에 공개해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갈수록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방송환경 속에서 자칫 도태될지도 모르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인기도만을 알아보는 현재의 시청률 조사와는 차이를 보이는 이같은 평가방법은 영국의 공영 BBC와 민방협회 ITVA가 실시중이다.
그러나 방송 현업 제작진 등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TV프로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동안 때때로 제기돼온 방송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같은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TV프로그램 평가제와 함께 급변하는 방송환경변화에 따른 방송위의 정책방향을 연구, 제시하기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방송편성 및 정책연구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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