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수정능력 정확히 알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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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물의 난자를 이용, 인간정자의 수정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
서울대의대 이진용 교수(산부인과)팀은 최근 쥐의 일종인 햄스터의 난자를 인간의 난자 대신 사용, 남성쪽의 불임원인 규명과 가임 여부를 기존의 불임검사법 보다 정확히 판정해내는 실험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김정구 교수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정액만을 검사하는 지금까지의 불임평가법은 수정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며 『정자가 난자 속으로 침투하는 「실제상황」을 똑똑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새로 개발한 불임검사법의 특징』이라고 실명했다.
정자침투분석법(SPA)이라고도 불리는 이 불임검사법에서 수정능력이 있는 남성정자는 햄스터의 난자를 통과, 정자의 머리가 커지고 그 안에 있는 핵이 응축되는 현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실제 2명의 가임 남성 정액과 2명의 불임남성정액을 22개의 햄스터 난자에 따로따로 섞은 결과 가임남성 쪽에서는 햄스터 난자1개당 3, 4개 이상의 정자가 침투한데 비해 불임남성쪽에는 0.2개로 거의 침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햄스터의 난자를 얼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불임검사가 필요 할 때마다 즉시 이를 녹여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밝혔다.
햄스터 난자를 이용한 정자수정능력평가와 관련, 외국에서는 이 난자를 보관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햄스터의 배란주기인 4일을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1회 실험시 최소 10개이상의 햄스터 난자가 과 배란돼야 하는데, 난자의 수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실험을 포기해야하는 단점도 있었다.
이에 비해 이 교수팀은 햄스터 난자가 10개 미만일 경우도 이를 냉동보관, 숫자를 채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편 이 같은 실험법의 개발은 현재까지 규명되지 않은 불임의 원인 파악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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