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조약돌을 보석으로|오색빛깔로 착색 상품화-「해옥」발명 안정웅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충남 태안에는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오색영롱한 12가지 색깔로 착색, 보석처럼 각종 장신구로 만들어 상품화한 이색공예가가 있다.
중세시대 연금술사처럼 바닷가에서 수천년 파도에 씻기고 닳아 반들반들해진 차돌을 옥으로 변화시켜 목걸이·반지·팔지 등 온갖 장신구를 만드는 안정웅씨(49·태안군 소원면 파도리645)가 바로 화제의 인물이다.
충북 영동군 양강면의 빈농에서 태어난 그는 온갖 고난과 우여곡절 끝에 태안으로 이주한 뒤 김 양식업에 종사하던 중 우연히 바닷가에 널려 있는 조약돌을 발견하고 이를 예쁜 액세서리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데 착안, 2년간 연구 끝에 지난 76년 마침내 「해옥」을 발명했다. 『생활고를 달래려 바닷가에 나갔던 어느 날 바닷물에 젖은 돌이 햇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것을 보고 문득 가공하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때부터 그는 틈나는 대로 조약돌을 주워 가공을 시작했고 처음엔 화장품인 매니큐어를 발라 색채와 광택을 내기도 했다.
『매니큐어 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다 칠이 쉽게 벗겨지거나 광택이 금방 사라져버리더군요. 따라서 돌의 표면뿐만 아니라 속까지 색깔을 넣고 광채를 높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밤을 지새우는 각고 끝에 76년 마침내 독특한 「노하우」(비법)를 개발, 해옥이란 상품명을 붙여 특허를 내는 한편 전국각지의 관광지에 출하하기 시작했다. 그가 개발한 비법은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뜻밖에 호평을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보석과 달리 값이 싼 데다 자연의 향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특징이 있죠.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에도 출품, 50여 차례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해옥 제조과정은 얼핏 보기엔 무척 간단하다. 주민들이 바닷가에서 수집한 조약돌을 상품화가치가 있는 것만 선별, 먼저 기계로 연마한다. 그 다음 안씨 가족만이 아는 특수공법으로 12가지 색깔로 역색한 다음 돌 표면을 코팅처리하고 반지·목걸이· 열쇠고리· 팔찌·염주 등 10여가지 장신구들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의 작품들은 불티나는 국내주문은 물론 올림픽을 통해 외국에도 알려져 요즘은 수출의뢰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기재와 공정이 재래식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조약돌 가공사업은 시장성·판로가 유망하지만 원자재 확보가 어려운 것이 큰 문제입니다.
가장 좋은 원자재인 태안 조약돌의 경우 부지 소유자가 광업권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태안 해옥을 세계적인 명물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는 최근 태안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펴는 한편 특산물로 영원히 뿌리내리기 위해 해변가에 해옥사란 절을 세워 관광객들이 꼭 거쳐가야 할 명소로 남길 계획을 추진중이다. 【태안=배유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