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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아직도 지자체 상징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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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 이야기 덕분인가. 우리는 평화의 상징으로 쉽게 비둘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많은 지자체가 비둘기로 상징 새를 삼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비둘기는 도시의 천덕꾸러기다. 도시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비둘기의 강산성 배설물은 큰 문제다. 문화재나 건물뿐 아니라 자동차 색깔을 변색시키고 도시 배관을 부식시키고 있다. 또 비둘기 배설물의 유해성을 실험한 결과, 배설물에서 검출된 크립토코쿠스균은 인체에 침입해 폐질환과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제는 도시 비둘기가 너무 많다. 비둘기 짝짓기는 보통 봄.가을에 이뤄지지만 먹이 조건이 좋을 경우 사계절 모두 가능하다. 인간으로부터 쉽게 먹이를 얻는 비둘기는 한겨울에도 알을 낳는다. 또한 암.수컷 모두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피존밀크'로 새끼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해 악조건 속에서도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이 주는 스낵류와 튀김류 덕분에, 또 술꾼들이 도시 곳곳에 만들어 둔 토사물들 덕분에 과영양화되어 이상번식이 이뤄지고 있다.

도시 비둘기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 중 또 하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3000마리가 수입 방사된 일이다. 그 후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비둘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스위스 바젤대의 한 논문에 따르면 비둘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먹이 공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시는 인위적인 먹이 통제 실험을 통해 2년 만에 비둘기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먹이통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먹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먹이활동 지수가 높아졌고 배설물이 많았던 휴식 장소에서는 비둘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비둘기 스스로가 필요한 먹이를 찾아 나섰던 것이다.

평화의 상징에서 도시 환경오염의 새로운 주범이 된 도시 비둘기. 유럽에서는 이젠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것이 경범죄에 해당한다. 우리도 조례 제정으로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이런 마당에 아직도 많은 지자체의 상징이 비둘기라니….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지역 환경에 알맞은 깃대종으로 지자체의 상징을 바꾸고 볼 일이다. 아름답고 멋진 새들이 많고도 많다.

*본란은 16개 시.도 60명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

송학선 과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