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ㄱ리는 범 여성운동 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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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여성운동 사상최대의 결집력」을 내세우며 1년간 활동해온 건전생활 실천 범여성운동연합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71개 여성단체로 조직된 이 연합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8개 간사단체중의 하나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경오)가 11일 정오 코리아나 호델에서 열린 간사단체들의 준비모임에 불참한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여협 이사회가 의결한 범여성운동연합에서의 탈퇴를 가시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무(제2)장관실이 마련한 이날 모임은 이달 연합행사의 주관단체 및 주제선정을 위한 자리.
7∼8월의 연합행사는 에너지절약과 해외여행 등 과소비문제를 주제로 7월말께 주부클럽이 주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어 9월 주부교실 식으로 연말까지 계획을 세웠다.
매월 l회로 정례화 됐던 연합행사가 이달 들어 뒤뚱거리게 된 것은 7월 행사주관단체로 잠정적으로 내정됐던 여협이 6월 초순 정무(제2)장관실에 연합체 탈퇴를 통보하고 나선 때문.
여협 측은 그들이 대한간호협회·여 약사위원회 등 여협 회원단체들과 나란히 1개 주관단체로서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협의체로서의 위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탈퇴의사를 밝혔었다.
여협의 이 같은 결정배후에는 정무2장관실이 소위 제도권(?)여성단체들의 총집결장이 된 범 여성운동연합을 통해 민간여성단체들을 내막적으로 통솔하게된데 대한 반발이 짙게 깔려있다.
정무(제2)장관실의 주도로 작년 6월 향군회관에서 발족했던 이 연합체 참가단체들은 정부에서 행사비용을 받아 매월 행사를 가져왔는데 행사관련업무보고 뿐 아니라 개별 단체 활동까지도 정무(제2)장관실에 보고해줄 것을 종용받게되면서『민간단체에 대한 정부간섭』이라고 불쾌감을 보여왔었다.
특히 협의체로서의 역할이 불분명해져버린 여협은 최근 등록기관인 보사부에 새 생활 새 질서 운동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을 받고자 했으나, 정무(제2)장관실이 연합체활동예산을 각 단체들에 개별 지급하게 됨에 따라 자체 산하단체에 대한통솔력까지 위협받는 셈이 돼 버린 것.
여기에 지난 4월 여협 주요멤버였던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탈퇴, 실질적으로 여성단체라기보다 여성직능단체들의 협의체로서의 성격이 강해져 버렸다. 또한 연합 행사와 관련한 정무장관실의 여협에 대한 예우에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1개 단체의 연합체라고는 하기만 실질적으로 활동력을 갖춘 단체는 10여 개에 불과하며, 그간의 활동 또한 가두캠페인·세미나 등 전시홍보차원에 머물러 있었음을 상기할 때 「범 여성운동연합」의 존속여부를 냉정히 따져볼 시기가 된 것 같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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