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스트너 여름극장가"석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미국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서울의 여름 극장가를 석권하고 있다.
코스트너는『늑대와 춤을』과『꿈의 구장』등 상영중인 2편 말고도 이달 말께『의적 로빈후드』로 또 한국관객과 만난다.
연중 최대 대목의 한 부분이「코스트너 끼리의 3파전」이 되는 셈이다.
외화공세에 짓눌려 한국영화가 질식할 듯한 상황이어서 외국배우가 혼자「북 치고 장구치는」모습이 개운치는 않지만 최근 급등세를 타고있는 코스트너의 여러 연기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기회라 영화 팬으로서는 싫지 않은 상황이다.
『늑대와 춤을』은 서울에서만 7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지금도 상영중인『늑대와 춤을』은 이달말께면 80만명을 넘어『취권』(78년 87만명),『사랑과 영혼』(90년 82만명)에 이어 세번째 80만명 대(서울개봉관 기준)관람작으로 기록되게 됐다.
또 호암아트홀에서 상영중인『꿈의 구장』에도 코스트너의 팬들이 몰려『늑대…』와는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꿈의 구장』에서의 코스트너는 옥수수 밭을 갈아 야구장으로 만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농부로 출연, 『늑대…』와는 또 다른 여운을 심어준다.
이번에 새로 선보일『의적 로빈후드』는 너무나도 유명한 영국 중세의「숲 속의 도둑왕자 로빈후드」의 이야기를 91년에 만든 영화다.
악독한 노팅검주장관과 싸우는 로빈후드 패거리의 무용담을 담은 내용은 예나 이 영화나 같고 요즘 영화답게 대규모 액션 신으로 시종일관한게 특색이다.
로빈후드를 유머를 좋아하는 말랑말랑한 성격의 인물로 그린 것도 특이한데, 이는 코스트너의 성격에 맞추려고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영화의 분위기를 명랑하게 하고는 있지만 반면에 전체적인 힘을 떨어뜨리고 있기도 하다.
화살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액션 신의 사실감을 높이는데 주력한 오락영화다.
『의적 로빈후드』에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운전기사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이 사라센전사로 출연, 코스트너를 돕고있고 마리안역은 엘리자베스 마스트란토니오가 맡았다.
숀 코너리가 사자왕 리처드로 잠깐 비치는 게 이채다.
코스트너는 그 동안『노웨이 아웃』『언터처블』『리벤지』『19번째 남자』등으로 국내에 소개돼 왔는데 모두 준 히트정도만 치다가『늑대와 춤을』로 만루 홈런을 기록한 셈인데 당분간 국내에서 코스트너의 인기는 계속 상종가를 칠 전망이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