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진다고 홈관중 흥분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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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성과 LG의 9, 10일 이틀간의 대결은 치열한 2위다툼에다 두대기업간의 라이벌의식으로흥미로운 명승부가 예상됐으나 경기내용이 미흡한데다 일부 홈관중들의 관람태도가 엉망진창이어서 아쉬움을 샀다.
10일 삼성-LG 경기는 전날 외야수 실책에 의해 분패한 LG가 또 다시 어이없는 외야수 실책으로 경기의 리듬을 스스로 깨뜨리고 자멸한 한판이었다
LG는 4-2로 추격하며 종반전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5회 초 2사구자 2루의 수비에서 삼성4번 이만수가 친 좌익수 플라이볼을 윤덕규가 잡았다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1점을 헌상, 추격의 불씨를 스스로 꺼뜨렸다.
전날 중견수 김일권이 7회 초 삼성7번 강기웅의 타구를 잡았다 떨어뜨려 3실점의 화근이 돼 4-3으로 패한 LG는 또다시 악몽을 벗어나지 못했다.
팽팽한 맞수의 대결에선 바늘구멍 같은 빈틈이 승부를 판가름한다.
또 양팀 사령탑의 머리싸움도 볼만해 7회 말 1사 주자1루에서 삼성이 사이드암투수인 김성길을 전날에 이어 또다시 투입하자 LG는 전날의 작전미스를 만회하겠다는 듯 연이어 왼손타자인 최훈재 김영직을 내보냈으나 야수정면 타구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 같은 팽팽한 접전은 9회 초 2사후 LG선발 정삼흠의 빈볼(위협투구)시비로 양측벤치의 잇따른 어필과 함께 정이 또다시 고의성 빈볼을 던지다 올 시즌 처음 퇴장 당하는 꼴불견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야유하는 관중들은 병과 쓰레기를 운동장에 일제히 던졌으며 경기는 속행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경기를 즐기기보다는 맹목적인 특정팀 응원으로 우리팀이 아닌 상대팀을 적(?)으로 간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경기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의 모습은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LG측의 경비경찰 동원이 아쉬웠으며 빈볼에 맞을 뻔한 삼성 강종필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들어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의 퇴장만 선언한 박찬황 주심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운영은 결국 관중소란으로 얼룩져 프로야구출범 10년째의 현주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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