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공룡' 국민연금 본격 수술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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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슈퍼 공룡'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및 투자방식이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국내채권 중심에서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확대'라는 큰 밑그림이 그려진 가운데 세부 투자내용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주무 장관인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유 장관은 29일 언론재단 포럼에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투자성격 및 방식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공공성은 유지하되, 채권과 주식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 과감하게 투자한다"는게 큰 골간이다.

이를 위해 국내 국내 SOC와 장기임대아파트 투자를 늘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할 투자운용공사 설립도 추진된다.

◇현 방식으로는 한계=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90조원. 그러나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가정할때 2048년에는 기금규모가 최대 4218조에 달하게 된다.

이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75%, 전체금융자산 대비 5.7%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이에 대비해서 기금운용 주체와 투자 방식을 과감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는게 복지부와 민간투자운용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복지부는 장기적으로 현재 9.4% 수준에 머무른 해외투자를 50%까지 늘리고, SOC를 비롯한 대체투자도 크게 늘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는 채권에 86.9%가 집중돼 있고, 대체투자는 1.2%에 머물고 있다.

유 장관은 "기금운용 방식을 변화된 사황에 맞게 개편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개혁은 조기에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안정화와 투자 다변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고속도로·아파트에 집중투자=SOC 투자확대 정책은 고속도로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제2영동고속도로 △경북 영천-상주간 고속도로 △수원-광명 고속도로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밖에 경전철 등 철도사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SOC에도 수익률만 보장된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BTL 방식으로 이뤄지는 지자체의 하수관거 교체사업에도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건설된 SOC에도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가 예를 든 것은 통행료를 받는 민간자본의 도로 사용권을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유 장관은 "진작에 국민연금에서 SOC에 투자했더라면 해외자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됐는데 아쉽다. 왜 연금은 쌓아두면서 채권에만 마냥 투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부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을 공공분야의 중대형 장기임대아파트에 투자하는 것도 조만간 실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최소 국고채 금리 이상만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건설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운용공사 설립=국내외 주식투자도 크게 확대된다. 문제는 운용주체와 방식이다. 현재는 국민연금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원칙을 정하면 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에서 실행을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기금규모가 크지 않아 이런 형태의 운용이 가능했지만 1000억원대 이상을 움직이는데 있어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절대다수다.

정부는 해결방안으로 별도의 투자운용공사 설립 카드를 준비 중으로, 국민연금 개혁안의 2월 임시국회 법제화를 전제로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운용 공사를 통해 철저하게 투자의 전문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공사 사장은 복지부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토록 할 계획이다.

또 비상설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금운용위 위원들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대거 포진시킨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최원영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공사화 하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최고 수준의 민간 전문가 영입 및 수익률 향상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전문성 확대가 국민연금의 공공적 성격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상당해 국민연금 투자에 과연 어느선까지 시장논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향후 사회적 논란이 예견된다.

이와 관련, 유 장관은 "국민경제에 선순환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고 전략적인 부분에는 공적통제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기금규모가 커지는데 따라 정부가 기업을 지배하는 '연기금 사회주의' 논란, 기금의 급격한 현금화로 국내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자산시장붕괴론' 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 제도변경 과정에서 논쟁거리로 대두될 것으로 관측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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