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경찰/후유증 남긴「내몫 싸움」/지휘규칙 잡음 일단락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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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산·인사 간섭조항 경찰 반발/경찰 판정승 했지만 앙금 여전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내무부와 경찰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내무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안은 내무부가 5일 경찰측 수정안을 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러나 대립과정에서 노출된 경찰측의 항명성 반발과 집단행동 등으로 인해 규칙안 파문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일 있었던 내무부와 치안본부의 연석회의는 규칙안확정 보다는 국민들에게 기관간의 알력으로 비친 파문을 잠재우는 방안과 관련자 징계라는 수습안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말=규칙안 파문은 내무부가 1일 경찰의 재량권 인정범위와 내무부의 지휘감독권 한계를 규정한 규칙안의 「뜨거운 감자」를 의견조회 형식으로 치안본부에 보냄으로써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가뜩이나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독자성 확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경찰로서는 규칙안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총경·경정급을 중심으로한 중간간부들과 일선 지휘관들이 즉각 거부반응을 보여 반발이 표출됐다.
치안본부는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긴급간부회의와 총경급 이상 확대간부회의를 잇따라 열고 지휘규칙안중 인사·예산·중요정책사항의 승인·보고조항을 삭제·수정한 마련,정면대결의 양상으로 치달았다.
특히 5일 경찰대학 총동창회가 「경찰청 발족에 따른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내무부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집단반발 양상을 띠었다.
이같이 양측의 갈등이 표출되자 5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이날중 파문을 진정시키라는 「엄명성 주문」이 있었고 「임시국회 대책회의」라는 명목으로 연석회의가 소집돼 전격적으로 경찰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규칙안=확정된 수정안은 경찰측이 경찰청 발족의 취지에 위배되는 「독소조항」으로 규정한 인사·예산·주요정책사항 등의 내무부장관 승인 및 보고사항을 전면 삭제하거나 문구를 수정했다.
확정된 안은 당초 시안에서 내무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돼있는 경찰의 예산요구·예비비사용요구·중요자산 처분권 등을 내무부장관의 승인이 아닌 단순 보고사항으로 규정했다.
또 경정의 신규채용과 총경의 전보 및 총경급 이상의 포상추천,징계요구,6개월 이상의 해외파견도 내무부장관에 대한 사전보고에서 사후보고로 바꿨다.
10개항으로 돼있던 치안업무의 중요정책 승인사항도 ▲대 테러업무 기본계획 ▲교통안전·교통사고 방지종합대책 ▲경호안전대책 ▲대공·정보활동지침 ▲국제협력에 대한 계획 등 5개항이 삭제되고 대신 ▲대통령 업무보고 ▲국무회의에 부의하는 사항 ▲법령의 제정·개정·폐지에 관한 사항 등 3개항이 추가됐다.
또 독소조항의 하나로 지목됐던 「이 규칙에 의한 승인·보고 및 경유에 관한 사항은 내무부의 기획관리실장이 총괄하며 인사에 규정된 사항은 내무부 총무과장이 총괄한다」는 규정도 경찰 요구대로 삭제됐다.
◇문제점=규칙안을 둘러싼 대립은 「국민을 위한 경찰상의 구현」보다는 내무부와 경찰이 서로 「내몫 찾기」에만 집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경찰의 위상은 이제까지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바꿈해 행정경찰로서 조장행정의 한몫을 해야할 위치에 와있다.
다시 말해 경찰청 독립의 홀로서기란 경찰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일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경찰로 어떻게 다시 태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 현재 경찰이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인 셈이다.
특히 이번 내무부와 경찰 모두가 경찰청이 다른 부처의 외청과는 달리 합의제 의결기구로서 민간인이 참여하는 경찰위원회가 조직된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인사·예산·장비·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과 경찰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어 내무부 소속이지만 내무부장관과 치안본부장에 대해 구속력을 갖도록 돼있다.
즉 경찰위원회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감독이라는 상위개념으로서 경찰행정의 최고정책 결정기관이며 내무부장관도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된 내용이 부적당하다고 판단할때는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내무부는 관료적 사고에 젖어 언제까지나 경찰을 자기 품안에 넣어두려고 하기 보다는 언젠가는 실현될 국립경찰과 지방경찰의 2원화 등 미래지향적인 경찰상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경찰청 독립이 의미를 갖도록 지원하는 전향적 의사의 전환이 있어야할 것이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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